대기 덮인 ‘슈퍼 지구’ 첫 발견…그런데 생명체 못 사는 이유는?

2024.05.09 12:54 입력 2024.05.09 13:33 수정 이정호 기자

41광년 떨어진 ‘55 캔크리 e’서 대기 발견

이산화탄소·일산화탄소로 구성

암석 녹을 정도로 뜨거워 생명체 거주 불가

지구에서 41광년 떨어진 우주에 떠 있는 슈퍼지구 ‘55 캔크리 e’ 상상도(오른쪽 작은 천체).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로 이뤄진 대기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유럽우주국(ESA) 제공

지구보다 약간 무거우면서 표면이 암석으로 이뤄진 외계행성을 뜻하는 ‘슈퍼지구’에서 대기가 처음 발견됐다. 암석 표면과 대기의 존재는 외계 생명체를 탐색하기 위한 기본 전제다. 다만 이번에 발견된 외계행성은 너무 뜨거워 생명체가 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소속 연구진은 8일(현지시간) 태양계 밖 행성에 존재하는 슈퍼지구에서 사상 처음으로 대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슈퍼지구는 지구처럼 표면이 암석으로 구성돼 있고, 질량이 지구보다 2~10배 큰 태양계 밖 행성을 뜻한다. 생명체가 발을 디딜 땅과 적당한 중력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과학계에서는 천체 관측 때 슈퍼지구에 특히 주목한다.

이번에 연구진이 대기를 발견한 슈퍼지구의 이름은 ‘55 캔크리(Cancri) e’이다. 질량은 지구의 8.8배, 반지름은 1.9배다.

연구진은 ‘55 캔크리 e’를 2021년 12월 발사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했다. 제임스 웹 망원경에는 먼 천체에서 날아드는 적외선, 즉 열을 정밀하게 잡아내는 장비가 달렸는데, 이를 가동했다.

관측 결과, ‘55 캔크리 e’의 낮 온도는 약 1540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도가 이렇게 높은 것은 중심 별에 매우 가깝기 때문이다. 중심 별과 거리가 약 240만㎞로, 수성과 태양 사이의 25분의 1에 불과하다. ‘55 캔크리 e’는 거의 스칠 정도로 중심 별에 접근해 공전하는 셈이다. 뜨겁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연구진은 ‘55 캔크리 e’ 낮 온도가 그나마 1540도에 그친 것에 주목했다. 대기가 없는 상황을 가정하면 약 2200도까지 치솟아야 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NASA 공식 자료를 통해 “이것은 열 에너지가 분산되고 있다는 강력한 징후”라며 “휘발성이 풍부한 대기가 만든 현상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대기 두께가 수백㎞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55 캔크리 e’ 대기를 구성하는 기체는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라고 분석했다. 이 기체들의 원천은 ‘55 캔크리 e’의 뜨거운 온도다. 고열을 견디지 못한 ‘55 캔크리 e’ 표면에서 암석이 녹으며 마그마의 바다가 넓게 형성됐고, 이 때문에 마그마에서 나온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가 대기를 이뤘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연구진은 “너무 뜨거운 ‘55 캔크리 e’에서는 생명체가 살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대기와 표면, 암석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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