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l 스토리

조동찬 ‘사인에 웃고 울고’

2005.10.17 21:22

[Fall 스토리] 조동찬 ‘사인에 웃고 울고’

조동찬이 올시즌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으며 톱타자로 자리 잡고 있을 뿐 아니라 가끔 메가톤급 ‘파괴력’의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들어서는 대구 시내의 한 할인매장에서 일어난 일명 ‘사인 대소동’ 때문에 삼성 덕아웃에 웃음 폭탄이 연발로 터졌다. 다음은 삼성 김정수 매니저의 증언. 김 매니저는 “사인도 연습이 필요한 기라”며 말문을 열었다.

때는 훈련이 없던 며칠 전. 저녁식사를 하고 할인매장을 찾은 조동찬은 예닐곱살쯤 돼보이는 한 남자 아이로부터 강한 시선을 받았다. 아직 얼굴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조동찬은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라고 생각하고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그 아이는 옆에서 물건을 고르던 어머니의 손을 놓더니 “와! 조동찬 선수다”라고 볼륨을 올리며 조동찬에게 바짝 다가섰다. 그리고 불쑥 가방에 있던 공책과 연필을 내밀었다.

“여기에 사인해주세요.”

조동찬은 순간 감격했다. 스타를 염원하는 아이의 눈빛에 ‘야구를 잘하고 볼 일이야’라며 뿌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바로 연필을 받아든 조동찬은 가끔 대구구장에서 다른 선수들 틈에 끼어 그랬던 것처럼 공책을 펼쳐놓고 승천하는 용의 모습처럼 이름 석자를 휘날렸다.

“여기 있다. 됐니.”

조동찬의 자신감 실린 목소리. 하지만 진짜 상황은 다음에 일어났다. 그 아이는 조동찬의 사인을 슬쩍 보더니 인상을 구겼다. 아이는 울음보를 터뜨리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엄마, 이 아저씨가 내 공책에 낙서했다.”

매장이 쩌렁쩌렁 울렸다. 급기야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어머니까지 다가오자 조동찬은 마치 아이를 울린 죄인이라도 된듯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떠야 했다. ‘무슨 영문일까’. 고민해봤지만, 가서 되물어보기는 더욱 힘들었다. 아무래도 사인이 문제 같았다. 나름대로는 신경 쓴 사인인데, 아이 눈에는 괴발개발 아무렇게나 쓴 성의없는 그림으로 비쳐졌던 모양이었다. ‘사인, 신경 좀 쓰자!’

〈안승호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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