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기 7골’ 김영후 시선집중…최다골 신기록

2008.09.21 18:08 입력 김세훈기자

한국프로축구 2부리그격인 내셔널리그(N리그) 1경기에서 혼자서 무려 7골을 터뜨린 공격수가 나타났다.

한국축구가 고질적인 골결정력 부재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축구 팬들의 눈을 번쩍 뜨게 하는 소식이다.

내셔널리그(N리그)에서 ‘간판 골잡이’로 활약하고 있는 김영후(울산미포조선)의 경기 모습. |울산미포조선 제공

주인공은 N리그 간판 골잡이 김영후(25·울산미포조선)다.

김영후는 20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천안시청전에서 전반 1골, 후반 6골 등 N리그 사상 한경기 최다인 7골을 터뜨려 10-4 대승을 이끌었다. K리그 한경기 최다골은 2002년 샤샤(성남)가 기록한 5골이다

오른발로 4골, 왼발로 2골, 그리고 머리로 1골. 온몸이 무기였다.

득점위치는 모두 페널티지역 안쪽. “문전을 크게 벗어나지 말라”는 최순호 미포조선 감독의 지시에 따른 결과였다.

김영후는 2006년 숭실대 졸업과 함께 미포조선에 입문한 실업 3년차다. 데뷔 시즌 19골로 리그 득점왕·신인왕에 오른 데 이어 지난해에도 챔피언결정전 2경기에서 3골을 터뜨려 MPV가 됐다. 올해 역시 8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는 등 25골로 득점 선두. 2위와는 무려 11골차로 득점왕을 예약했다. 2006년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낙방한데다 청소년대표조차 단 한번도 뽑히지 못했다는 게 의아할 정도다.

김영후의 장점은 정확한 슈팅력. 프로축구 포항 사령탑 출신 최순호 감독은 “골이다 싶은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골을 넣는다”면서 “슈팅 정확도는 전성기의 이동국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최 감독은 이어 “어떤 각도에서든 정확한 슈팅을 날릴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면서 “신체조건(1m82, 78㎏)도 좋아 몸싸움에 강하며 골을 향한 집요함은 국내 정상급”이라고 말했다. 다만 1 대 1 능력이 떨어지는 게 흠이다.

내셔널리그에서 독보적인 공격수로 인정받은 김영후가 K리그나 대표팀에 올라오면 어느 정도 활약할 수 있을까.

최 감독은 “김영후는 울산, 광주 등 K리그팀, 중국프로팀과의 평가전에서도 자주 골을 넣었다”면서 “K리그에서도 3~4경기에 1골씩은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학시절 김영후를 지도한 윤성효 숭실대 감독도 “N리그와 K리그 전력은 종이 한장 차이다. 영후는 K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일단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관심을 갖고 계속 지켜봤지만 K리그 상위권 공격수만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수비 가담력과 스피드가 떨어지고 N리그에서 편하게 득점하는 데 길들여진 탓인지 다이내믹한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내가 김영후에게 많은 움직임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평가가 나온 것 같다”면서 “사실 김영후는 누구보다 많이 뛰는 선수”라고 맞섰다.

김영후는 “연습생으로 K리그에 가서 썩느니 지속적으로 뛸 수 있는 N리그로 가는 게 낫다고 판단해 미포조선에 왔다”면서 “앞으로 좀더 좋은 활약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K리그와 대표팀에서도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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