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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셀레브’ 대표의 직장 내 괴롭힘을 고발한 전직 직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직 직원 A씨가 쓴 페이스북 글에는 “여직원도 ‘룸살롱’에 가 여자를 초이스해 옆에 앉혀야 했다”는 부분이 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여성 종업원이 동석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룸살롱’이 아니라 ‘가라오케’였다”며 A씨의 고발을 허위라고 판단했다.

서울동부지법 박창희 판사는 지난 4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셀레브 전직 직원 A씨에게 벌금 200만 원형을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4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임상훈 셀레브 대표의 갑질 의혹을 폭로했다. 임 대표가 직원들에게 일상적으로 폭언을 했고 유흥업소에 데려가기도 했다는 내용이었다. 셀레브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논란이 확산하자, 임 대표는 “모두 맞는 말”이라며 A씨에게 사과한 뒤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임 대표는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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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임 전 대표가 직원들과 가라오케 주점을 찾아 도우미를 동석하게 한 적은 있으나 속칭 ‘룸살롱’에 데리고 가 여직원들 스스로 유흥접객원을 선택하게 한 적은 없었다”며 A씨 주장을 허위라고 판단했다. 또 “여직원도 여자를 초이스하는 것은 경험칙상 상식적이지 않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글로 옮긴 점도 허위사실 유포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도 모두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셔야 했다”는 부분도 허위 사실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파도타기를 하거나 벌주를 마시는 등 다소간의 강제성을 띠는 음주 방식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A씨가 아닌 다른 직원들은 음주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룸살롱’이냐 ‘가라오케’냐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유죄가 선고된 것을 이례적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성이 술자리의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해주는 성차별적 공간이라는 점에서 룸살롱과 가라오케를 쉽게 나눌 수 없고, 여직원들이 이러한 회식 관행에 수치심과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고발의 취지 역시 참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임상훈 셀레브 전 대표가 2018년 4월 직장 내 괴롭힘 고발이 나온지 하루만에 페이스북에 게시한 사과문. 페이스북 캡처.

임상훈 셀레브 전 대표가 2018년 4월 직장 내 괴롭힘 고발이 나온지 하루만에 페이스북에 게시한 사과문. 페이스북 캡처.

그동안 A씨 재판을 방청해온 비정기 페미니즘 프로젝트 ‘셰도우핀즈’는 지난 5월9일 성명에서 “문제의 핵심은 왜 한 회사의 대표이사 자리에 있는 남성이 여성 도우미가 나오는 가라오케에 여직원들을 데려가서 옆자리에 앉혔는지”라며 “‘평소 가라오케를 종종 간다’고 법정에서 유일하게 말한 사람은 전 대표였고, 그 동석은 그의 뜻이 우선시된 일이었다.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원한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도 2일 “세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일부 과장됐다고 해도 주요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한다면 사실 적시로 봐야 한다는 2008년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유죄 판결로 인해 기업 대표의 갑질 문화를 고발하는 문화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A씨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최근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임 전 대표가 제기한 5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진행 중이다. 피해자 법률대리를 맡은 양태정 굿로이어스 변호사는 “A씨는 길어지는 재판에 심리적 부담을 느껴 항소를 포기하려 했으나 지인의 설득으로 마음을 돌렸다”며 “여성 종업원의 동석 여부와 같은 핵심 내용은 사실로 인정됐고 내부 고발에 공익적 목적이 있다는 점을 항소심에서 중점적으로 다퉈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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