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덕’ 가격 낮춘 취안쥐더…코로나에 몸 낮추는 중국 ‘노자호’들

2020.08.05 09:04 입력 2020.08.05 20:40 수정

국가공인 100년 전통 가게들

적자에 고객 잡기 애써

‘청심환’ 대명사 통런탕

중국 베이징에 있는 ‘156년 전통’의 오리구이 전문점 취안쥐더(全聚德)에서 직원들이 요리 재료로 쓸 오리를 살펴보고 있다. 취안쥐더 홈페이지

중국 베이징에 있는 ‘156년 전통’의 오리구이 전문점 취안쥐더(全聚德)에서 직원들이 요리 재료로 쓸 오리를 살펴보고 있다. 취안쥐더 홈페이지

보양커피 등 새로운 시도
유명 훠궈 식당 둥라이순
‘고기 무제한’ 뷔페 메뉴도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주석이 “영원히 보존하라”는 친필 휘호를 써준 곳.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생전 27차례나 방문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아꼈던 식당.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찾았던 베이징 카오야(오리구이) 전문점. 중국을 대표하는 음식점 취안쥐더(全聚德)다. 그런 전통의 식당마저 몸을 낮췄다. 취안쥐더의 변화는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베이징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취안쥐더는 ‘156세 생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음식값을 내리고 모든 매장에서 봉사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메뉴는 쓰촨(四川)·광둥(廣東)요리 등 47종을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취안쥐더는 “코로나19는 외식업계 전체에 큰 충격을 줬다”면서 “소비심리가 회복될 때까지 소비 대중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1864년 세워진 취안쥐더는 중국 전역에 100여개 매장이 있고 일본, 캐나다, 호주, 프랑스에도 분점을 두고 있다. 이전까지는 주요 지점에서 식사하는 손님들에게 ‘홀’은 음식값의 10%, ‘룸’은 15%의 봉사료를 따로 매겼는데 이 봉사료를 없앴다. 음식값은 평균 10% 정도 내렸다. 주메뉴인 오리 요리 가운데 절반은 15%씩 값을 낮췄다. 젊은 고객을 겨냥한 1~2인 세트도 새로 선보였다.

고급 레스토랑의 대명사였던 취안쥐더는 세계적인 인물들의 방문 역사를 내세워 고급 메뉴로 비즈니스 연회들을 유치하면서, 외국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영업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내실은 적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이후 공무원들이 공금을 낭비하지 못하도록 단속하는 ‘8항규정(八項規定)’의 직격탄을 맞아 2013년 위기를 만났다. 2017년에는 배달을 비롯한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이렇다 할 효과가 없었다.

서비스에 봉사료까지 붙으니 ‘가성비’가 떨어져 젊은이들에게는 외면당했다. 음식점 평가 앱 ‘다중뎬핑’에는 봉사료에 대한 불만이 줄을 이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결정타를 맞았다. 신경보 보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취안쥐더의 적자는 1억3000만위안(약 222억원)에 달한다. 결국 감염증이 불러온 초유의 위기로 변화를 모색하게 됐다. 중국 언론들이나 소셜미디어의 반응을 보면 취안쥐더의 몸 낮추기를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국에서는 정부가 인증한 1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가게들을 ‘중화노자호(中華老字號)’라 부른다. 취안쥐더뿐 아니라 이런 노자호들의 변신이 근래 두드러진다. 마오쩌둥 주석이 애용했던 훠궈(火鍋) 요리점 둥라이순(東來順)은 얼마 전 1인당 68위안(약 1만1200원)짜리 뷔페 메뉴를 내놨다. 우황청심환으로 유명한 350년 역사의 전통 중의약 업체 통런탕(同仁堂)은 1020세대를 불러모으기 위해 보양커피와 밀크티를 선보였다. 1858년 문을 연 후이펑탕판좡(惠豊堂飯庄)은 대표메뉴인 자장미엔을 온라인으로 판다.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신선식품 전문마트인 허마셴셩과 함께 맛을 표준화했고, 주문에 맞춰 면을 바로 삶아 집으로 가져다준다.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노자호 1000여곳 중 영업이 잘되는 곳은 10% 수준이고 대부분은 시대 흐름에 뒤처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변화를 촉진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값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국무역촉진위원회연구원의 자오핑(趙萍) 주임은 CCTV에 “산업화나 표준화보다 소비자들이 노자호에 기대하는 가치를 얼마나 충실하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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