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이송법’ 제정 후 영국 떠난 난민 몰려… 아일랜드 “망명 신청자 송환 긴급 법안 발의”

2024.04.29 21:07

검문 없는 육로로 국경 넘어

양국 외교적 갈등으로 번져

지난 26일(현지시간) 이민자들이 영국 해협을 건너기 위해 프랑스 북부 케르크 인근 그라블린 해변가에 떠 있는 소형보트에 탑승해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6일(현지시간) 이민자들이 영국 해협을 건너기 위해 프랑스 북부 케르크 인근 그라블린 해변가에 떠 있는 소형보트에 탑승해 있다. AFP연합뉴스

영국 의회가 최근 불법 이주민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강제 이송하는 근거가 되는 ‘르완다 안전법’을 제정하자 이웃 국가인 아일랜드로 난민이 몰리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난민 입국을 막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헬렌 매켄티 아일랜드 법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공영방송 RTE에 “망명 신청자를 영국으로 효과적으로 다시 돌려보낼 수 있도록 하는 긴급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며 “이번주 내각에서 긴급 입법을 통해 효과적으로 인파를 영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조치는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가 영국에서 넘어온 망명 신청자를 돌려보낼 법안을 다음주까지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영국 내 난민들은 지난 22일 영국 의회가 불법 이민자와 망명 신청자를 르완다로 보낼 수 있는 르완다 안전법을 통과시키자 아일랜드로 떠나고 있다. 아일랜드 내무부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27일까지 아일랜드에 도착한 소형 선박 입항객은 716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745명)보다 1422명 늘어났다. 지난 26~27일에는 이민자 500여명이 소형 선박 10척을 타고 아일랜드에 도착했다. 아일랜드 법무부는 최근 아일랜드에 도착한 난민 중 80%가 국경 검문 없는 북아일랜드에서 육로로 국경을 넘어왔다고 밝혔다.

르완다 안전법은 양국의 외교적 갈등으로도 번졌다. 미할 마틴 아일랜드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영국 정부의 르완다 정책으로 사람들은 영국에 머무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고, 르완다로 보내지지 않기 위해 국경을 넘어 아일랜드로 향하고 있다”며 “이 정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마틴 부총리의 의견을 들어보면 (난민) 억지력이 행사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 리버티, 고문으로부터의 자유 등 국제인권단체들은 법안 통과 직후 “이 부끄러운 법안은 헌법과 국제법을 짓밟고, 고문 생존자를 비롯한 난민들을 ‘르완다에서의 불안전한 미래’라는 위험에 빠뜨린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 정부는 예상보다 빠른 29일부터 2주간 르완다 이송을 위한 불법 이주민 구금 작업에 착수한다고 가디언이 28일 보도했다. 선별 작업 결과 이송 대상으로 판명된 이주민들은 르완다행 항공편이 이륙하기 전까지 구금센터에서 지내야 한다. 영국 정부는 오는 7월 르완다행 첫 항공편을 출발시킨다는 계획이다. 난민 지원 단체인 ‘난민위원회’ 최고경영자(CEO) 엔버 솔로몬은 “정부는 비인간적인 르완다 계획을 무모하게 추진하기로 결심했다”면서 “이는 재앙적인 시스템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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