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명 중 1명이 난민. '아프리카 북한'은 텅빈 나라

2015.10.22 15:15 입력 2015.10.22 15:16 수정 김세훈 기자

아프리카 동부의 작은 나라 에리트레아에서 독재를 견디다 못한 국민이 유럽으로 탈출하고 있다. 난민수는 많지 않지만 전체 국민 대비 반민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태트(Eurostat)의 자료를 인용해 아프리카 국가의 난민 현황을 21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중반까지 유럽으로 탈출해 보호를 요청한 에리트레아인이 전체 인구의 2.13%에 이른다. 에리트레아인 50명 중 1명 이상이 난민을 신청한 것이다. 4년 이상 내전에 시달리며 난민 신청 최우선 순위로 여겨지는 시리아(1.25%)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또 소말리아(0.61%), 아프가니스탄(0.44%)보다 높고 이라크(0.20%)와 비교하면 열 배가 넘는다.

주요국가별 전체 인구대비 난민비율과 난민수. 월스트리트저널

올해 1∼9월에 이탈리아에 도착한 13만2000 명 중 4분의 1 이상이 에리트레아인이었고 지중해서 사망한 3000명 중에는 에리트레아인이 절반을 넘는다고 인권단체들이 집계하고 있다.

유엔은 최근 수 년 동안 40만 명, 즉 전체 인구의 9%가량이 에리트레아를 탈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0만명에는 탈출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이 되는 사람들은 빠져 있다. 사실상 10명 중 한명꼴로 나라를 떠났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원래 인구가 450만명인 에리트레아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인구가 줄어드는 텅빈 나라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에리트레아인의 대탈출이 독재정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에리트레아는 30년 동안 독립전쟁을 벌인 끝에 1993년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했으며 1998년에는 국경 문제로 에티오피아와 전쟁을 치렀다. 이 전쟁을 계기로 이사이아스 애프워키가 이끄는 정권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그게 17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유엔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에리트레아 정권이 고문, 감시 등을 일삼으며 국민의 인권을 짓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잔인한 고문과 탄압 때문에 에리트레아는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린다. 유럽 국가들도 에리트레아에 대해 여행 금지, 자산동결 등 경제제재 조치를 취해오고 있다. 지난 6월 영국 가디언 주말판 옵서버는 “이탈리아, 노르웨이, 영국 등이 에리트레아 독재정권에 돈을 주거나 경제제재를 완화해주는 댓가로 난민유출을 막기 위해 에리트레아 국경 봉쇄 등을 요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리아에서 발생한 난민이 유럽에서 최우선 순위가 된 이후에는 에리트레아 난민은 이전과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은 실제로 올해 2분기 에리트레아 난민신청자 중 29%만 받아들였다. 지난해 2분기 비율인 77%에서 절반 이상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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