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최장기 집권’ 네타냐후 밀어낸 차기 총리도 극우 정치인

2021.06.03 07:03 입력 2021.06.03 07:17 수정

이스라엘에서 반네타냐후 연정을 주도한 야이르 라피드 대표(오른쪽)와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왼쪽)가 2일(현지시간) 국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예루살렘|AP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반네타냐후 연정을 주도한 야이르 라피드 대표(오른쪽)와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왼쪽)가 2일(현지시간) 국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예루살렘|AP연합뉴스

재임 기간 15년2개월. 이스라엘 최장기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71)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총리 나프탈리 베네트(49)가 탄생했다. 베네트는 극우 정당 야미나의 대표로, 네타냐후의 수석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극우 정치인이다.

2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베네트는 원내 의석이 7석에 불과한 소수당 대표지만,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던 ‘반네타냐후 블록’의 부족한 의석을 채운 대가로 순번제 총리의 첫 주자 자리를 확보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 퇴진을 기치로 내건 ‘반네타냐후 블록’ 9개 정당이 연립정부 구성에 최종 합의하면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베네트가 먼저 총리직 2년을 지낸 후 이스라엘의 야당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가 2년 후 총리직에 오르게 된다.

평소 베네트는 네타냐후보다 자신이 더 강력한 우파 정치인이라고 자처하면서도, 민족 간 증오와 갈등을 정치 수단으로 활용하지는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베네트는 그동안 팔레스타인 국가를 배제하거나 이스라엘 정착민 운동을 강력히 옹호해왔지만 ‘반 네타냐후’ 전선에 동참하며 아랍계 정당과도 손을 잡았다. 지난 3월 총선 이후 베네트는 친네타냐후도 반네타냐후도 아닌 ‘제삼지대’에 머물면서 ‘킹 메이커’ 역할을 자처해왔음에도 결국 자신의 멘토인 네타냐후를 밀어내고 차기 총리 자리를 꿰찬 것이다.

이날 라피드가 이끄는 중도 정당 예시 아티드는 정부 구성 시한 마감 1분을 남기고 발표한 성명에서 “라피드는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의 상태를 알렸다. 그는 정부를 구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총선에서 원내 제2당이 된 중도 성향의 예시 아티드(17석), 중도 성향의 청백당(8석), 중도 우파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 좌파 성향의 노동당(7석), 우파 성향의 ‘뉴 호프’(6석), 아랍계 정당 연합 ‘조인트 리스트’(6석),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메레츠(6석), 극우 성향의 야미나(7석), 아랍계 정당 라암(4석) 등이 연정에 참여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연합 협정에 서명한 후 라피드, 베네트와 아랍 정당 지도자 만수르 압바스가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이 사람들을 놀라게 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널리 공유됐다고 전했다.

새 총리로 2년간 이스라엘을 이끌게 될 베네트는 1967년 3차 중동전쟁 직후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로 이주한 미국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고교 과정을 유대 학교인 예시바에서 마쳤다. 1990년 군 복무를 위해 입대한 그는 이스라엘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사이렛매트칼’ 지휘관으로 다수의 작전에 참여했다.

전역 후 미국으로 건너가 설립한 소프트웨어 회사 사이오타(Cyota)를 매각해 큰돈을 벌었고, 이후에도 다른 소프트웨어 업체의 최고 경영자로 일했다. 이후 이스라엘로 돌아와 2006년 레바논 전쟁에 예비군으로 참전했다.

정계에 발을 들인 건 당시 야당 대표였던 네타냐후의 수석보좌관으로 일하면서다. 2011년에는 시오니즘(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민족주의 운동) 단체인 ‘마이 이스라엘’을, 이듬해에는 중도우파 성향 지지자 대상 시오니즘 운동 단체인 ‘이스라엘림’을 공동으로 결성해 운영하기도 했다.

이후 리쿠드당에서 탈당한 그는 정통파 유대교도 정당인 ‘주이시 홈’(The Jewish Home)에 들어가 당권을 잡고 2013년 총선에서 당의 원내 진출을 이끈다. 크네세트(의회) 의원이 되기 위해 미국 국적까지 포기한 그는 네타냐후가 주도한 우파 정부에서 경제, 종교, 디아스포라(재외동포) 담당 장관도 맡았다.

2015년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후에는 교육부 장관과 예루살렘 담당 장관도 지냈다. 교육부 장관 재직 당시 그는 점령지 요르단강 서안에서의 군사 활동을 비판하는 비정부기구(NGO) 회원의 학교 강사 초빙을 금지했고, 고대 유대 및 사마리아 유적지 방문을 늘리는 방향의 교육과정 개편도 단행하는 등 우파 행보를 이어갔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을 떠나게 된 건 2018년이다. 당시 베네트는 공석이 된 국방부 장관 자리를 노렸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거절했다. 그는 같은 해 새로운 정당인 ‘뉴라이트 당’을 창당했지만, 이듬해 치러진 총선에서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그는 ‘주이시 홈’, ‘독실한 시온주의자 당’ 등과 함께 ‘우파 연합’을 결성했다. 이 우파 연합은 현재의 ‘야미나’로 이름을 바꿨고 지난 선거에서 7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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