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무지개 연정’에 막 내리는 네타냐후 시대

2021.06.03 21:33

좌우·아랍계 정당도 가세한

이스라엘 새 연립정부 타결

이달 의회 승인 땐 최종 실각

반대파, 61석 ‘과반 표’ 확보

네타냐후, 이탈표 포섭 사활

정권 나눠 가질 두 사람 이스라엘의 새 총리에 오를 예정인 나프탈리 베네트 야미나당 대표(왼쪽)가 2일(현지시간) 예루살렘 의회에서 연정 파트너인 예시 아티드당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와 대화하며 웃고 있다. 예루살렘 | AP연합뉴스

정권 나눠 가질 두 사람 이스라엘의 새 총리에 오를 예정인 나프탈리 베네트 야미나당 대표(왼쪽)가 2일(현지시간) 예루살렘 의회에서 연정 파트너인 예시 아티드당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와 대화하며 웃고 있다. 예루살렘 | AP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최초로 좌우와 아랍계 정당을 아우르는 연립정부 탄생이 임박했다. 극우 정당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49)와 중도 성향인 제1야당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57)가 정권교체를 위해 손을 잡았다. 의회 표결을 거쳐 새 정부가 들어서면 베냐민 네타냐후 현 총리는 집권 12년 만에 자리에서 내려온다.

라피드 대표는 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정부를 구성했다는 사실을 알리게 돼 영광”이라며 반네타냐후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에게 투표했거나 투표하지 않은 모든 이스라엘 시민을 위해 일하겠다”면서 “반대자들을 존중하고 이스라엘 사회의 모든 부분을 통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합의 핵심은 새 정부 임기 4년 중 첫 2년간은 베네트 대표가, 나머지 임기는 라피드 대표가 순번제로 총리직을 맡는다는 내용이다. 각 정당 대표는 이날 밤늦게까지 마라톤협상에 돌입했고, 협상 마감인 자정을 불과 35분 앞두고 대통령과 국회의장에게 합의안을 극적으로 제출했다. 의회(크네세트)는 12일 안에 연정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연합뉴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연합뉴스

연정이 공식 출범하면 네타냐후 총리의 장기집권 시대는 막을 내린다.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는 어떤 식으로든 이스라엘에 지속적인 유산을 남겼다”면서 “이스라엘 정치 지형을 오른쪽으로 굳건히 옮겼고, 아랍국가 4개국과 획기적인 관계 정상화 협약을 체결했다”고 평가했다. 하레츠는 당내 정적 견제에 집중하고 아랍계 정당을 무시해온 네타냐후 총리의 실각은 자업자득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정은 이스라엘 역사상 첫 ‘무지개 연정’이라는 의미가 있다. 다양한 정당이 이념 차이를 극복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뭉쳤다. 예시 아티드(17석)와 야미나(7석 중 6명만 참여) 외에도 중도 성향 청백당(8석), 중도우파 성향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 좌파 성향 노동당(7석), 우파 성향 뉴호프(6석), 중도좌파 성향 메레츠(6석), 아랍계 보수 정당 ‘라암’(4석) 등 총 8개 정당이 참여했다.

특히 라암이 아랍계 정당으로는 사상 처음 연정에 참여했다. 라암은 내각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이스라엘 내 아랍 공동체를 위한 인프라 건설과 범죄 퇴치 예산을 얻기로 했다. 라암은 이스라엘 내 20%를 차지하는 아랍계 인구를 대변할 것으로 보인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의 새 역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불안한 시선도 적지 않다. 새 정부는 ‘반네타냐후’ 외에는 공통 지향이 없는 불안정한 정부다. 특히 전반기 총리직을 맡을 예정인 베네트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보다 더한 극우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라암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반네타냐후 블록의 연정 타결로 조기 총선은 피했지만 정국 안정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언제든지 정치적 파행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외신들은 정권이 바뀌면 팔레스타인과의 긴장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베네트가 총리직을 유지하려면 아랍계 정당 라암의 지지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새 정부는 팔레스타인 문제 같은 논쟁적인 사안보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복원과 인프라 개선 같은 정책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도 “좌파부터 아랍계까지 파편화된 정당들의 광범위한 연합에서 극우 성향의 베네트가 권력을 휘두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려면 의회 승인이라는 고비가 남았다. 현재 확보한 의석 과반 61표에서 한 표만 이탈해도 연정은 무산될 수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7석인 야미나 의원 중 1~2명이 이탈할 수 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막후에서 개별 의원의 이탈을 압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반네타냐후 연합은 연정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아랍계 정당인 ‘조인트 리스트’(6석) 의원들에게 찬성표를 요청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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