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그린존' 자택서 총리 암살 시도···이란·미국 규탄

2021.11.07 18:07 입력 2021.11.08 10:40 수정 김윤나영 기자

폭발물 장착 드론, 관저 공격···총리 무사히 탈출

외신 “이란 지원 이라크 민병대 쿠데타 시도 가능성”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가 7일(현지시간) 바그다드의 총리 관저를 노린 드론 공격이 발생한 뒤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바그다드 그린존에 있는 총리 관저를 노린 드론 공격이 발생해 경호원 7명이 부상했으나 알카드히미 총리는 무사했다. 바그다드|로이터연합뉴스

이라크 총리가 7일(현지시간) 새벽 수도 바그다드의 ‘그린존’에 있는 자택에서 드론을 이용한 암살 공격을 받는 일이 생겼다. 총리는 무사히 자택을 탈출했지만, 경호원 7명이 다쳤다.

이라크 국영 INA통신은 이날 “폭발물을 장착한 드론이 그린존의 자택에 있는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총리를 암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내무부도 성명을 통해 “드론 세 대가 알카드히미 총리 암살을 시도했으나, 보안군이 드론 두 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INA통신이 공개한 총리 자택 사진을 보면 폭격으로 쓰러진 나무와 무너진 계단, 문짝, 인근에 주차됐다가 범퍼가 망가진 자동차 등으로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공격 직후 알카드히미 총리는 TV 연설에서 “비겁한 미사일과 드론은 우리의 조국이나 미래를 건설하지 못한다”면서 “모든 세력이 이라크와 이라크의 미래를 위해 의미 있고 건설적인 대화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바르함 살리흐 대통령도 “헌법 질서에 어긋나는 쿠데타” 시도이자 “심각하고 극악무도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공격의 배후를 주장하는 세력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이라크의 한 보안 관리는 “누가 공격을 감행했는지 지금 말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BBC는 폭발물이 장착된 상업용 드론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2017년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벌인 전투 당시 썼던 것과 같다고 전했다. 반면 알자지라는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민병대가 쿠데타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달 10일 치른 이라크 총선에서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지원을 받는 야당인 ‘파타 동맹’의 패배로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 이뤄졌다. 총선 결과 집권 여당인 알사이룬 연합은 54석에서 73석으로 의석이 늘었지만, 파타 동맹은 48석에서 15석으로 줄었다. 그러자 파타 동맹 측은 ‘부정선거’라면서 선거 결과에 불복했다.

파타 동맹 지지자들은 지난 5일 바그다드에서 총선 불복 시위까지 벌였다. 이라크 정부가 물대포와 곤봉으로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위대 1명이 사망했다. 친이란 민병대 지도자들은 카드히미 총리를 향해 “순교자의 피가 당신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란다 슬림 중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알카드히미 총리에 대한 암살 시도는 매우 어리석고 근시안적인 행동”이라며 “알카드히미를 희생자로 만들수록 그가 총리실에 복귀할 정치적 기회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하시드 알샤비 친이란 민병대 대변인은 “암살 시도가 있었다는 데 매우 회의적”이라며 “정부가 시위대를 비난하기 위해 날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은 이번 공격을 규탄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총리가 해를 입지 않아 다행”이라며 “우리는 이라크 정부의 심장부를 겨냥한 이 명백한 테러 행위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이끄는 중동의 산유국 협의체인 걸프협력회의(GCC)도 성명을 통해 “알카드히미 총리 암살 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라크 총리를 겨냥한 공격을 비난한다”면서 “이라크의 안정, 안보, 평화를 지지하는 이란의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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