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에 타격”

2023.03.13 15:04 입력 2023.03.13 16:14 수정 김서영 기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주간 내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7년 만에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중동에서 이란 고립 정책을 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타격을 입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중동에서 이란을 고립시키는 지역적 동맹을 구축하는 것을 주요 외교 정책 목표로 삼고 추진해왔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반이스라엘 무장 정파를 지원하는 이란을 주요 적으로 간주했다.

이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는 사우디를 비롯한 수니파 아랍 국가들과 안보 동맹에 힘쓰며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수니파 맹주 사우디를 기반으로 다른 아랍 국가들과 평화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복심도 작용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이란과 사우디가 7년 만에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했다고 깜짝 발표하며 이 같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네타냐후 총리의 전 비서실장 아비브 부신스키는 “네타냐후의 우선 목표는 이란 고립과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 확대였는데 현재로선 둘 다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국내 매체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이탈리아 로마 순방에 동행한 한 고위 관계자가 이를 두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 탓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약하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사우디가 다른 경로를 찾아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세력들은 이란과 사우디 간 합의를 반색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슬람 사람들을 통일하는 중요한 단계”라며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 역시 “이 지역 모든 민족들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와 이란 간 중재를 중국이 맡은 것 또한 이스라엘에는 외교적 악재로 작용한다. 이는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동맹인 미국이 중동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텔아비브 소재 국가안보연구소의 요엘 구잔스키 연구원은 “미국의 주 경쟁자인 중국이 사우디와 아란 간 합의를 중재했다는 건 이스라엘에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며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수록 이스라엘에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국내적으로도 네타냐후 총리에게 내우외환이 될 가능성이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개혁안을 발표한 이후 석 달 째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맞부딪혔다.

또한 최근 들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계는 20년 만 최악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현재까지 팔레스타인인 80명 이상, 이스라엘인 14명 이상이 양측의 무력 충돌로 숨졌다. WSJ는 “팔레스타인과의 폭력사태가 고조되는 건 네타냐후가 (역시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와 가까워지는 데에 방해가 된다”고 전했다.

이란과 사우디가 관계 회복에 뜻을 모았다고 해서 이 둘 간 긴장이 곧바로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 합의는 아랍에미리트(UAE)나 사우디 같은 아랍 국가들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환영하지 않고, 이란과의 충돌을 꺼린다는 신호는 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사우디 영공을 이용할 필요가 있을 경우, “이제 ‘사우디가 영공을 기꺼이 열어줄까’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마크 두보위츠 민주주의수호재단 대표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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