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악수

2015.12.30 21:47 입력 2015.12.30 21:50 수정

어제의 적이 친구로…따뜻했던 외교 드라마

올해는 ‘외교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진리를 확인시킨 극적인 장면들이 연출됐다.

미국과 쿠바는 7월20일 양국 수도에 대사관을 재개설하면서 1961년 국교 단절 후 이어져 온 적대적 관계를 외교적으로 청산했다. 미국의 대쿠바 금수조치 해제와 쿠바의 인권 논란은 여전하나 쿠바를 방문하는 미국 여행객이 증가하는 등 훈풍이 불고 있다. 쿠바로서는 만성적 위기에 처한 경제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지난 9월 쿠바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양국 관계개선에 “전 세계 화해의 모범이자 희망을 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키워드로 돌아본 ‘2015 지구촌’] (10) 악수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 상황이 개선되는 것을 전제로 내년 쿠바를 방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 그가 쿠바를 찾는다면 1928년 이후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하는 미국 대통령이 된다.

7월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주요 6개국(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과 이란이 핵협상을 타결지었다. 2002년 이란 핵개발 의혹이 제기된 지 13년 만이다. 핵협상 타결로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미국과 단교하는 등 고립의 길을 걸어왔던 이란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시점이 관심이다. 쿠바와 이란은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적과의 악수’를 하겠다고 천명한 3개국 중 2개국이다. 유일하게 남은 나라는 북한이다. 쿠바와 이란을 끌어안으면서 임기 마지막 해를 앞둔 오바마 대통령은 외교적 치적을 쌓게 됐다.

11월7일 싱가포르에서 66년 만에 성사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상회담은 각각의 셈법이 맞아떨어진 결과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로 감회를 피력했다. 1949년 내전에서 국민당이 공산당에 패해 대만으로 쫓겨난 뒤 중국과 대만 최고지도자가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시 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서로를 ‘선생’으로 부르며 ‘하나의 중국’ 원칙도 확인했다. 친중국 노선의 국민당이 내년 1월 대선에서 정권 교체의 위기에 몰렸고 중국은 이를 역전시키려 하고 있지만 역사적 만남 자체가 갖는 의미를 과소평가하긴 어렵다. 중국 언론은 양안 관계를 보여주는 올해의 한자로 ‘화(和)’를 선정했다.

일본의 역사왜곡 속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난 시 주석의 행보는 원칙 속 유연성을 보여준 외교적 행보로 평가됐다. 시 주석은 지난 4월 인도네시아 반둥회의 이후 7개월 만에 이달 초 파리 기후변화회의에서 다시 아베 총리와 회동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실리 외교도 주목할 만했다.

그는 성탄절인 지난 25일 앙숙 파키스탄을 전격 방문해 화해의 디딤돌을 놨다. 카슈미르 지역 영유권 등을 놓고 1947년부터 파키스탄과 세 차례 전쟁을 치른 인도의 총리가 파키스탄을 방문한 것은 2004년 1월 이후 거의 12년 만이다. 코끼리와 용으로 불리는 인도와 중국은 50년 이상 국경분쟁의 역사를 갖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 5월 세일즈 외교 행보차 중국을 찾았으며 100억달러 규모의 경협을 체결했다. 러시아와 밀월인 중국으로서는 인도까지 포섭해 미국에 맞설 힘을 키우는 성과를 거뒀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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