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무정부 상태 리비아, 대선 이틀 앞두고 연기…"출마 후보 98명"

2021.12.23 14:28 입력 2021.12.23 16:14 수정

아랍어로 ‘기회를 놓치기 전에 등록하고 투표하세요’라고 적힌 선거 광고판이 22일(현지시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설치돼 있다. 트리폴리 | EPA연합뉴스

아랍어로 ‘기회를 놓치기 전에 등록하고 투표하세요’라고 적힌 선거 광고판이 22일(현지시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설치돼 있다. 트리폴리 | EPA연합뉴스

리비아 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대선 일정을 미룬다고 22일 밝혔다. 리비아의 올해 대선은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물러간 후 10년 동안 이어진 무정부 상태를 깰 기회로 여겨졌다. 하지만 100명 가까운 후보들이 출마하면서 난맥상이 이어졌고 투표 이틀을 앞두고 선거가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알하디 알사기르 리비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아길라 살레 국회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기술, 사법 및 보안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24일로 예정된 선거를 실시할 수 없다”고 전하며 대선 1차 투표일을 당초 2차 투표 예정일인 내년 1월24일로 연기할 것을 제안했다. 아직까지 변경된 선거 날짜가 발표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23일 보도했다.

2011년 아랍국가들에 민주화 바람을 불러 온 ‘아랍의 봄’ 시위로 42년간 집권한 카다피 정권은 붕괴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리비아는 평화를 찾지 못했다. 유엔이 인정하는 리비아 통합정부(GNA)와 유전지대가 많은 동부와 남부 지역을 장악한 리비아국민군(LNA)이 내전을 벌이면서 동·서부 지역이 파벌로 분열됐고 민간인 등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유엔 주재하에 동·서부 정부 간 휴전협정이 체결되면서 평화 과정에 들어섰고 올해 3월 임시 통합정부가 출범했다. 당시 이들은 국가를 정상화하기 위해 오는 24일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선거를 향한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내전의 주요 세력이 저마다 후보를 내면서 등록된 대선 후보는 98명에 달한다. 후보들은 선거 일정, 새 대통령과 의회의 권한, 후보 자격 등 선거 규칙에 합의하는 데 실패했고 적격 후보자 최종 명단은 발표되지 않았다.

적격성을 의심받는 대선 후보들이 나오면서 시민들의 반감이 커졌다. 아랍의 봄 시위로 축출된 카다피 전 대통령의 차남인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5년 전쟁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카다피가 지난달 선관위가 후보 자격을 박탈한 데 대한 항소를 제기하자 그의 출마에 반대하는 세력이 카다피 변호인단의 입장을 막기 위해 법원을 폐쇄했다. 이밖에 동부 군벌인 리비아국민군의 지도자 칼리파 하프타르도 2019~2020년 수도의 일부를 강타한 공격을 자행해 적격성 논란이 일었다. 군 검찰은 그가 정식 후보로 처리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임시 총리로 임명될 때 선거 불출마를 약속한 압둘 하미드 드베이바 임시정부 총리의 출마를 두고도 불공정 의혹이 불거졌다. 리비아 선거가 후보들을 지원하는 무장세력에 통제되는 탓에 선관위 사무실 여러 곳이 급습으로 투표용지를 도난당하는 등 혼란도 이어지고 있다.

선관위는 대선을 한달 뒤인 내년 1월24일로 연기할 것을 제안했지만 의회에선 일정을 이보다 뒤로 미룰 것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내다봤다. 선거 규칙을 합의하고 후보자 적격성을 판단하기에 한 달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공백이 길어지면 현재의 평화 프로세스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임시정부가 안정성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위기가 해소되지 못하면 내전이 재발할 위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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