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시아 전범들은 지옥으로 직행"…설전으로 끝난 안보리

2022.02.24 16:44 입력 2022.02.24 16:56 수정 박용하 기자

 회의 시작 30분 만에 러 침공 소식

 우크라 대사는 “전쟁 멈추게 해달라”

‘규탄안’ 러시아 거부 땐 채택 못 해

 이해관계 상충 한목소리는 어려울 듯

유엔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이 21일(현지시간)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긴급회의를 열고 있다. 뉴욕 | 로이터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회의 도중 러시아의 공습이 시작되며 관련국들은 빈손으로 해산했다. 미국 등은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준비 중이지만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인해 공식 채택은 힘들 전망이다. 러시아를 지지하거나 중립을 지키는 국가들도 있어 국제사회가 단합된 목소리를 내긴 힘든 상황이다.

안보리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따라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번 회의는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진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긴급히 이뤄졌다. 전면 침공으로 이어지기 전 긴장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회의시작 30분만에 러시아의 침공 소식이 전해지며 회의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세르지 키슬리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제 긴장 완화에 대해 말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며 “여러분 모두 전쟁을 멈추기 위한 일들을 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키슬리차 대사는 “전범들은 지옥으로 직행한다”며 바실리 네벤쟈 러시아 대사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네벤쟈 대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탄압받는 돈바스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수작전을 펼치는 것이라 주장했다. 이에 키슬리차 대사는 러시아에 안보리 의장국 지위를 내려놓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미국대사는 24일 안보리 회의를 다시 소집해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 초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결의안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즉시 준수할 것을 러시아에 요구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다만 러시아가 거부권을 가지고 있고, 의장국 지위에 있어 결의안이 공식 채택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시도는 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침공 위기에 놓인 우크라이나는 이날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수차례 발표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에 즉각적이고 분명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국제안보체계의 완전한 파탄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런 시나리오가 발생하면 국제사회는 20세기의 가장 어두웠던 순간으로 되돌아간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직후에는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전략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시스템에 러시아의 접근을 차단하는 고강도 제재 등을 요청했다.

다만 러시아를 둔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벨라루스와 시리아,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 등은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으며 중국과 터키, 브라질은 외견상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의 주요 수입국이자 수출국으로 자리잡았다.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의 제재를 받을 경우 중국에 크게 의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준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위기에 관련된 모든 당사국들에게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며 “중국은 나름의 방식으로 평화회담을 계속 추진할 것이며, 외교적 해결을 위한 모든 노력을 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