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투어 논술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2007.05.08 09:11 입력

여론이나 대세를 내세우며 한 개인이나 어느 집단에게 우리의 생각과 행동 방식을 따르도록 간섭하거나 강요할 권리가 있는가. 사회와 국가는 개인과 집단에게 어떠한 권리를 인정해야 하며, 자유 행사를 제약할 경우, 어떤 기준과 조건이 설정되어야 하는가. 영국의 철학자 밀은 ‘자유론’에서 자유의 권리와 제한에 관한 근거를 제시한다.

▲ 배경지식 넓히기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은 영국 출신으로 철학자, 경제학자, 사회사상가, 그리고 정치인으로 활동했던 사람이다. 그는 공리주의 철학자였던 아버지의 지도 아래, 당시 영국의 주요 사상이었던 벤담의 공리주의를 계승, 발전시켰다.

공리주의는 인간이 욕구를 추구하는 것은 행복과 쾌락을 위한 것이고, 이런 행위가 최선의 결과를 얻을 때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이라고 여기는 입장이다. 여기서 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은 행위의 결과로 나오는 행복과 쾌락의 양과 질이다.

밀은 1859년에 저술한 ‘자유론’에서 인간의 사회적 자유에 대한 고유한 사상을 전개한다. 그는 우선 사회나 국가가 정당하게 개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본질과 한계를 규정한다. 나아가 개인의 고유한 권리인 욕구의 실현과 관련된 행동의 자유는, 그 행위가 타인과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 한에서 개인에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이후 자유주의의 가장 중요한 전제를 이루게 된다. 그는 또한 소수 의견이 보호, 존중되기 위해 토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체 인류 가운데 한 사람의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거나 무시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할 수 없는 것만큼이나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문제>

밀은 자유론에서 정치권력의 횡포뿐만 아니라, 사회적 다수에 의한 집단적 횡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다수가 믿고 있는 신념에 따르지 않는 한 개인에게 자신들의 신념을 강압적으로 요구하여, 개인이나 집단에게 행동을 강제하는 행위는 정치적 탄압보다 더 무서운 위력을 갖는다. 이와 같은 행위가 개인에게 미치는 폐해와 악영향에 대해, 다음 제시문들을 참고해서 논술하시오. (1000자 내외)

<제시문>

1. 다른 여러 형태의 전제와 마찬가지로 다수자의 압제라는 것은 처음에는 주로 사회적 권위의 행위를 통해서 행해졌으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는데, 오늘날에 와서도 일반적으로 그렇게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생각이 깊은 사람들은 사회 자체가 폭군으로 될 때 - 하나의 집단으로서의 사회가 그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 개개인에 대해 폭군으로 군림하게 될 때- 폭정을 수행하는 수단이 오직 행정관리의 손에 의해서 자행될 수 있는 행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사회는 자신의 명령을 집행할 수 있고 실제로 집행한다. 그런데 사회가 정당한 명령 대신 부당한 명령을 내리든지 본래 사회가 관여할 성질이 아닌 일에 명령을 내린다면, 그 사회는 여러 형태의 정치적 압박보다 더 무서운 사회적 전제(專制)를 감행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적 전제는 일반적으로 정치적 압제와 같은 과중한 형벌로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훨씬 더 일상생활의 세부까지 침투해 인간의 영혼을 노예화시키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단을 남겨놓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행정관리의 전제에 대한 보호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며 지배적인 여론과 감정의 전제에 대해서 방위하는 것도 필요하다.

즉 사회가 법적 형벌 이외의 방법을 동원하여 자신의 상상과 관습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행위의 규칙으로 강요하려 하고, 사회의 방식과는 조화되지 않는 온갖 형태의 개성의 발전을 방해하고, 가능하면 그와 같은 개성이 형성되는 것 자체를 저지시켜 모든 사람들의 성격이 사회의 성격을 본받아 획일화되도록 강요하려는 사회적 경향, 그 자체에 대한 방위도 필요하다. 〈밀의 ‘자유론’에서〉

2. 이처럼 더 이상 나누거나 다른 사람과는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개인을 설명하기 위하여 서구인들이 제시한 두 개념이 ‘품성’과 ‘권리’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품성을 갖고 있다. 그 누구도 품성이 같은 사람은 없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품성에 따라서 개인의 고유한 성격, 개성, 심리 상태, 정체성 등을 나타낸다. 또한, 모든 사람은 어떤 인간관계나 도덕 규칙도 간섭할 수 없는 개인만의 절대적인 권리를 갖는다. 즉, 존엄한 존재로서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간섭이나 강압을 받지 않는 개인적 권리의 불가침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그러한 권리 개념 때문에 근대 서구의 평등사상도 가능하였다. 사람들의 생김새, 교육 수준, 재산, 출생 배경이 달라도 “인간은 평등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사람이 똑같은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교과서 ‘윤리와 사상’에서〉

<예시답안>

집단적 다수가 자신들과 신념이나 견해가 다른 사람들에게 가하는 횡포는 정치적 탄압이나 독재만큼 가공할 힘을 갖는다. 종종 다수의 집단은 옳지 않은 목표를 위해서나 또는 관여해서는 안 되는 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고 노력한다. 이와 같은 다수의 횡포가 야기하는 폐해는 다음과 같다.

1. 사회적 횡포는 개인의 고유한 삶에 침투해 영혼까지도 통제할 수 있다.

2. 다수가 가하는 억압과 협박에 의해 개인은 그들이 요구하는 신념과 통설을 행동지침으로 받아들이도록 강요당할 수 있다.

3. 자신들의 삶의 방식과 다르게 사는 개인이 독립성과 개별성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며 발전을 방해한다.

4. 개인의 성격과 개성을 사회통념에 맞도록 획일화한다.

밀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인간은 독창적이고 고유한 인격을 지닌 개인이다. 이런 개체의 존엄성은 어느 누구에 의해 침범되어지거나, 훼손되어질 수 없는 독자성을 가진다. 인간이 지니는 이러한 개별성과 독창성은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유한 권리이다. 이와 같은 권리는 인간이 어디로부터, 누구로부터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나, 바로 인간이기 때문에 가지는 권리이다. 이런 권리 의식으로부터 개인의 자유권이 나오는데, 그 중 중요한 자유권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이다. 개인은 누구나 자기만의 고유한 생각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생각에 따라 행동할 자유를 갖는다. 고유한 계획과 의도에 따라 행동하여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실현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타인에 의해 방해받거나, 침해당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개인의 개별성과 독립성은 인간이 가지는 고유한 권리가 보호되어야 하는 이유이자 근거이다.

▲ 어휘 다지기

개별성(individuality)=독자적인 것, 그래서 다른 것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개성을 의미한다. 독립적 존재인 개인을 규정하는 특성이며, 개인을 다른 개인이나 집단과 구별할 수 있게 하는 독자적인 성질이다.

▲ 고전펼치기

이 글의 목적은 개개인으로 구성된 사회를 다루기 위해 정부에 전적으로 부여된 강압과 통제의 수단, 즉 법형이라는 육체적인 강압이든 여론이라는 정신적인 강압이든 간에, 그런 수단에 대한 매우 단순한 원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인류가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타인의 행동의 자유에 대해 간섭할 경우 유일하게 정당한 근거는 자기방어라는 것이다.

문명사회의 모든 구성원에 대해 그들의 의사에 반해서 권력을 행사하더라도 정당하게 인정되는 유일한 목적은 다른 구성원에게 미치는 위해를 방지하는 것이다. 자신의 육체적 혹은 정신적인 행복은 충분하고도 정당한 이유가 못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거나 더 행복하게 만든다고, 또는 다른 사람이 볼 때 그렇게 하는 것이 현명하거나 옳은 일이라는 이유에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에게 어떠한 행동이나 억제를 강요한다는 이유는 정당하지 못하다.

이런 선한 목적에서라면 그 사람에게 충고하고, 그를 조리 있게 이해시키거나 설득하면 되는 것이고, 그것도 아니면 간청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말을 듣지 않는다고 강제하거나 위협을 가해서는 안된다. 이와 같은 강제나 위협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그의 행위를 억지로라도 막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게 되리라는 것이 예측되어야 할 것이다.

〈밀, ‘자유론’에서〉

-해설-

밀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모든 사람은 각자 최대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자유의 원리를 제시한다. 즉 다른 사람에게 악영향을 주거나, 해를 끼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떠한 경우에도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간섭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 물질적 이익이 된다거나 행복해질 수 있다는 명목으로도 한 개인의 자유로운 행동에 개입해서는 안된다. 단지 충고나 설득은 할 수 있지만, 우매한 생각이나 행동을 막으려는 시도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방해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으므로, 이 선택은 존중되어야만 한다.

사회 속에서 인간의 자유를 제한해야만 하는 유일한 경우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남에게 해를 끼치는 때뿐이다. 인간은 자신만의 욕구와 희망이 있으며, 이를 이루기 위하여 아무런 제약이나 구속 없이 행동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가 있다. 이러한 자유와 권리는 침범할 수 없는 고유한 인권으로서, 인간성의 발현과 존재 가치를 실현하려는 개인에게 주어진 행위의 기반이다. 이 기반 위에서 개인은 자신의 삶을 기획하고, 실천하여, 행복과 가치를 얻는 것이다. 그것이 개인 하나만을 위한 가치인가, 공동체 모두를 위한 것인가는 개인의 삶의 의미와 가치관에 따를 뿐 어느 누구도 개인의 의도와 욕구를 제한하거나, 강요할 수 없다.

따라서 밀의 자유의 원리는, “자유로운 인간은 자유롭게 목표를 정하고, 적합한 수단과 방법을 찾아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이 때 개인이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방해하지 않는 한, 타인에게 직접적이고 심각한, 현실적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의 제약과 간섭은 허용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관련 기출문제-

1999 중앙대 논술고사, 2002 경희대 논술고사, 2005 경희대 수시1, 2007 고려대 수시1

〈김성철| 자음과모음 논술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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