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 "'조국 딸 제1저자' 합당한지 의심스러워···구체적 역할 밝혀야"

2019.08.22 18:47 입력 2019.08.22 18:55 수정 송윤경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김동성 기자

대학의학회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외고 재학 시절 의학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된 데 대해 “저자기준이 합당한지 의심스럽다”면서 저자 순서결정 과정, 논문 참여 저자들의 실제역할을 파악해달라고 대한병리학회 등에 권고했다.

대한의학회는 22일 “혼란스러운 이번 사태(조 후보자 딸의 의학논문 논란)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연구 윤리에 대한 신뢰도 추락이 심히 걱정되고 있음에도 각 기관이 충분한 역할을 못하여 때로는 진위 논란에까지 이르게 됐다”면서 이날 긴급이사회를 이같은 권고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의 딸은 2008년 ‘학부형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2주 인턴’ 후 대한병리학회 게재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2009년)됐고, 2010년 고려대 생명과학대학에 수시전형을 통해 입학했다. 이후 ‘고교생 제1저자 의학논문’을 둘러싸고 신뢰도와 연구윤리 논란이 내내 이어졌다.

대한의학회 긴급이사회가 이날 밝힌 대한병리학회 등을 향한 ‘권고 의견’은 크게 세가지다.

첫번째는 당시 고교생이었던 제1저자(조 후보자의 딸)의 소속의 표기에 관한 것이다. 대한의학회는 대한병리학회 측에 “논문에 발표된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소속 표기가 학술지의 기록으로 허용 가능하더라도 일반적인 기록 방법(해당 연구수행기관과 저자의 현 실제 소속기관 동시에 명시)과는 차이가 있으므로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의학회는 이어 해당 논문 제1저자의 ‘자격 여부’ 규명을 더 강력한 어조로 권고했다. 의학회는 “실제 이 연구가 진행된 시기와 제1저자가 연구에 참여한 시기를 고려하면 해당자가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이 저자기준에 합당한지 의심스럽다”면서 “통상 저자의 순서 결정 등은 모든 저자들의 동의에 의하여 책임저자가 최종 결정하는 원칙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의학회는 그러면서 “단국대학교와 대한병리학회는 이 문제에 대하여 사실을 규명하여 연구윤리의 정도를 확립하여 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의학회에 따르면 대한의학학술편집인협의회의 ‘의학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과 ICMJE(국제의학학술지편집인위원회)의 저자 자격기준에는 ‘논문작성에 기여도가 가장 높은 사람이 제1저자가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대한의학회는 또 논문 참여 저자들이 각자 수행한 역할을 밝혀달라고 권고했다. 의학회는 “저자의 충실성 여부가 논란이 된 현 시점에서는 권위있는 학술지로서 이 논문에 참여한 저자들의 실제 역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아울러 연구윤리심의위(IRB) 승인 기록의 진위도 확인하여 필요한 후속 조치를 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즉 조 후보자의 딸이 제1저자로 등재될 만한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밝히라는 얘기다.

다만 대한의학회는 대한병리학회 학술지가 논문을 채택한 과정엔 문제가 없다고 봤다. 의학회는 “이 학술지가 이 논문의 투고, 심사, 게재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원칙대로 수행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대한병리학회가 해당 논문 책임저자(단국대 장모 교수)로부터 각 저자의 실제 역할에 대한 소명을 받도록 권고한 것이 이번 결정의 핵심”이라면서 “이미 대한병리학회가 실험노트, 로데이터 제출 등의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제1저자의 자격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저자가 어떻게 소명하는지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대한의학회는 이날 권고 결정을 담은 보도자료를 통해 “고등학교 학생들의 연구 참여는 권장할 사항이지만 부당한 연구논문 저자로의 등재가 대학입시로 연결되는 부적합한 행위를 방지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연구 선진국에서 시행하듯이 연구에 참여한 고등학생들에게 ‘공헌자(contributor)’ 혹은 ‘감사의 글(acknowledgement)’에 이름과 참여 내용을 명시하는 방법 등으로 권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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