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패러다임 바꾼 항암제 ‘글리벡’

2008.03.12 13:19
이준규기자

한국노바티스(대표: 피터 야거 novartis.co.kr)의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은 암세포만을 공격하도록 설계된 최초의 표적항암제이다. 기존의 항암 치료가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파괴하여 부작용이 심했던 것과는 달리 글리벡은 정상세포를 거의 죽이지 않고 암세포를 생성하는 단백질인 타이로신 키나제만을 선택적으로 차단,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표적 치료로 바꾼 항암제이다.

[다시보는 명약]암 치료 패러다임 바꾼 항암제 ‘글리벡’

글리벡은 이러한 혁신성을 인정받아 일반적으로 의약품이 정부 당국의 판매승인을 얻는데 6개월 이상 걸리는 것과 달리 2001년 당시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2개월 만에 신속 승인을 받았다. 한 달 후인 2001년 6월에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글리벡의 판매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환자들에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전 세계 20만명, 우리나라에서는 약 2000여명의 만성골수성백혈병 및 전이성위장관기질종양 환자가 글리벡 복용을 통해 치료 받고 있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는 질환의 원인이 되는 필라델피아 염색체를 제거하는 것이 목표이다. 글리벡 이전의 전통적인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는 하이드록시유리아(hydroxylurea)나 부스판(busulfan)과 같은 화학요법제가 쓰였는데, 이들 약제로 치료받는 환자들의 예후는 좋지 않았고 평균 생존율도 3~5년 이었다.

그러나 2001년 최초의 표적항암제 글리벡이 출시되면서, 그간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던 만성골수성백혈병은 극복 가능한 질환으로 바뀌었다. 2006년 12월 미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JEM)에 실린 글리벡 치료 5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글리벡을 복용한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약 90%에 이르렀으며 질병이 다음 단계로 진행될 위험률도 5년째 0.6%까지 꾸준히 감소하였다. 암치료에서 5년 생존율이란 완치에 가까운 치료율을 의미한다.

글리벡을 5년간 복용한 만성골수성백혈병환자 10명 중 9명이 생존하는 것은 약물을 복용하며 평생 관리해야 하는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의 생존율보다 높은 수치이다. 더욱이 글리벡은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약으로 병원에 입원할 필요 없이 치료기간 동안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되어 난치암으로 불리던 만성골수성백혈병이 당뇨병, 고혈압처럼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화한 것이다. 글리벡이 ‘기적의 신약’으로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이준규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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