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농단

판사 200여명 “심각한 법관 독립 침해…검찰 수사 불가피”

2018.06.04 22:51 입력 2018.06.04 23:30 수정

판사회의 “파일 원문 공개·행정처 컴퓨터 영구보존을”

“설령 몰랐어도 최종 책임자가 전면 부인” 양승태 비판

<b>무거운 출근길</b>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면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처리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무거운 출근길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면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처리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국내에서 가장 큰 서울중앙지법과 전국 각급 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과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의 진상을 검찰 수사로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판사회의 의결이 이어졌다. 회의에선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재판 거래를 시도하고 판사의 뒷조사를 한 정황만으로도 심각한 법관의 독립 침해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사법행정의 최종 책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등 강제력 없는 조사의 한계도 드러나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번주 중 최소 13개 판사회의가 더 열릴 것으로 확정돼 비슷한 요구와 결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단독·배석판사회의, 서울가정법원과 인천지법·대구지법 단독판사회의 등의 의결사항에는 공통적으로 엄정한 수사 촉구가 포함돼 있다. 판사회의에 참석한 판사 수를 합치면 200여명에 달한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 조사로 이번 사태를 마무리지을 수 없다는 일선 판사들의 강력한 입장이 담긴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배석판사회의와 서울가정법원 단독·배석판사 연석회의는 검찰 수사 외에도 조사단이 지난달 25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조사보고서에서 일부만 발췌해 인용하거나 아예 인용하지 않은 410개 파일 전체에 대한 원문 공개를 요구했다. 대구지법 단독판사회의는 또 조사자료의 영구 보존도 촉구했다.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역사적 기록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취지다.

법관대표회의가 열리는 11일 전까지 열릴 예정인 판사회의는 현재 13개다. 법원 수로는 전체 30개 법원 중 18개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열리는 것이다. 5일엔 전체 판사회의로는 처음으로 수원지법이 소속 법관 150명 전원이 모이는 전체 회의를 연다. 같은 날 부산고법·부산지법·울산지법 등이 단독·배석판사회의를 연다.

한 서울지역 법원의 판사는 “이번 사태로 인해 일선 판사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라며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사단 조사를 거부한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문건들에 대해 “몰랐다”고 해명만 한 것에 대해서도 법원 내에선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다른 판사는 “설령 대법원장이 개별 문건들을 몰랐다고 할지라도 사법행정의 최종 책임자 입장에서 책임을 인정했어야 하는데 전반적인 의혹 자체를 부인하니 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이날 판사회의에서 대법원장이 직접 관련자들을 수사의뢰해야 한다는 의견은 인천지법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한편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협력사례로 문건에 기재한 당사자들인 키코 공동대책위원회·전국철도노조 KTX 열차승무지부·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공동으로 양 전 대법원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5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로써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검찰에 접수된 고발장은 총 10건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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