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천막 떠난 광화문광장, ‘기억공간’으로 재탄생

2019.04.13 14:34 입력 2019.04.13 14:39 수정

‘기억·안전 전시공간’ 개관

2일 서울 광화문광장 남측 세월호 천막이 있던 자리에 개관한 추모시설 ‘기억·안전 전시공간’. 이 공간은 80㎡ 규모의 목조건물로 전시실 2개와 재난 안전교육을 진행할 시민참여공간, 안내공간인 진실마중대로 구성됐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2일 서울 광화문광장 남측 세월호 천막이 있던 자리에 개관한 추모시설 ‘기억·안전 전시공간’. 이 공간은 80㎡ 규모의 목조건물로 전시실 2개와 재난 안전교육을 진행할 시민참여공간, 안내공간인 진실마중대로 구성됐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세월호 이후는 달라져야 합니다” “기억에 왜곡을 가하는 일체의 현상들을 용인해서는 안됩니다”….

12일 서울 광화문광장 남측에 들어선 80㎡(약 24평) 규모의 목조건물 안에 새겨진 글귀들이다. 건물 외벽엔 ‘기억과 빛’이란 간판이 내걸렸다. 이곳은 세월호 분향소가 있었던 곳으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안전사회를 다짐하는 공간으로 재조성돼 이날 시민들을 만났다.

박원순 시장·유가족 등 참여
사진·영상 등 전시실 2개 조성
시민 참여 ‘안전교육’도 마련
13일 광화문서 5주기 추모행사

서울시는 이날 오후 박원순 시장과 세월호 유가족, 시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억·안전 전시공간’(기억공간)을 개관했다. 기억공간은 전시실 2개, 재난 안전교육을 진행할 시민참여공간, 안내공간인 진실마중대로 구성됐다. 사진과 영상 등이 걸린 전시공간은 ‘그날의 기억’ ‘기억을 담은 오늘’ ‘내일의 약속’ 등 3개 주제로 세월호 참사부터 기억공간이 조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기억공간 내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의 화면을 터치하면 세월호 희생자들의 정보, 세월호 참사 타임라인, 국내 주요 재난 등을 확인하고 추모와 위로 메시지도 남길 수 있다.

개관식에 참석한 한 시민은 안전을 기원하며 손도장을 찍고 있다.

개관식에 참석한 한 시민은 안전을 기원하며 손도장을 찍고 있다.

앞서 유가족은 서울시와의 합의에 따라 지난달 17일 천막 안의 영정을 옮기는 이운식을 한 뒤 다음날 천막을 자진 철거했다. 2014년 7월 유가족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면서 천막을 설치한 지 4년8개월 만이다. 서울시는 약속대로 이곳에 기억공간을 조성했다.

박 시장은 “슬픔과 분노를 간직한 채 4월의 봄이 다시 왔다”면서 “역사를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가를 만큼 세월호 참사는 중대 재난이며, 대한민국의 존재 근거를 묻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천막은 사라졌지만 이곳을 텅 비울 수 없었다. 기억공간은 다시는 그런 재난이 없도록, 부실한 국가가 없기를 다짐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어른은 무책임했고, 아이들이 희생됐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직 사회가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기억공간이 미래 지향적인 곳이 되기 위해선 아이들이 많이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억·안전 전시공간’에서 한 시민이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참사 1년 전 학교 수련회에서 찍은 단체 사진 10장으로 만든 액자를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기억·안전 전시공간’에서 한 시민이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참사 1년 전 학교 수련회에서 찍은 단체 사진 10장으로 만든 액자를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새 광화문광장 조성을 추진 중인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기억공간을 운영하고, 이후 운영 방안은 유가족과 협의하기로 했다.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는 “광화문광장은 ‘이게 나라냐’는 시민들의 분노와 (사회를 바꾸겠다는) 의지가 응집된 곳”이라며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시민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서울시와 4·16연대는 13일 광화문광장에서 ‘기억, 오늘에 내일을 묻다’란 주제로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행사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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