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업체간 진흙탕 싸움에 '30년 된 침낭' 못 바꿨다

2016.06.01 10:10 입력 2016.06.01 10:23 수정
이지선 기자

군 장병들이 사용하는 침낭을 납품하기 위해 두 업체의 경쟁에 군 간부들이 개입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결국 30년 된 침낭을 교체하지 못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신형 침낭을 도입하지 못한 피해는 장병들에게 돌아갔다.

감사원은 1일 침낭·배낭·천막 획득비리 점검에 대한 감사를 벌여 8건을 적발하고, 전·현직 장성 6명, 대령 2명, 공무원 2명, 업체 관계자 2명 등 총 12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요청하거나 수사참고 자료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국방부는 지난 2010년 11월 침낭 개발업체인 ㄱ사로부터 “군이 사용 중인 개인용 침낭은 1986년 개발된 것으로, 무겁고 보온력도 떨어진다”며 새로운 침낭 연구개발을 제안받았다. 신규 침낭교체 사업은 1017억원을 투입해 군용 침낭 37만개를 교체하는 사업으로, 당시 군이 사용하고 있는 침낭은 ㄱ사의 경쟁업체인 ㄴ사가 개발한 제품이었다.

ㄱ사는 예비역 장성에게 침낭이 채택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3750만원을 전했고, 이 전직 간부는 2011년 8월 ㄷ대령과 ㄱ사 대표의 저녁식사 자리를 주선했다. 이후 ㄷ대령은 침낭 관련 업무가 자신의 소관이 아닌데도 자신의 업무로 가져와 신형 침낭 개발 사업을 진행하도록 했다. 당시 국방부 과장급 협의기구는 시중에 성능이 우수한 침낭이 유통되고 있고, 군의 야전 간부들도 민간용품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에 ㄴ사도 나섰다. 이 회사는 2011년 11월 업무 담당자가 ㄹ대령으로 바뀌자 다른 예비역 장성을 통해 ㄹ대령에게 ㄱ사를 비방하는 문서를 전했다. 다른 상관들로부터도 ㄱ사에 대한 불합리한 기준을 적용해야한다는 지시를 받은 ㄹ대령은 허위보고를 했다. 또 ㄱ사의 침낭이 ‘영하 20℃에서 중량 2.5㎏’라는 개발목표를 달성했는데도 영하 48℃ 기준을 적용해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ㄹ대령은 부하직원에게도 ㄱ사 침낭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말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ㄱ사의 침낭 개발계획은 최종 부결됐고, 군은 2015년 7월까지 3차례에 걸쳐 ㄴ사의 구형 침낭(61억원 상당)을 납품받아 군 장병들은 현재도 1986년에 개발된 이 회사의 침낭을 사용하고 있다.

감사원은 “ㄴ사의 침낭은 오래된 것은 사실이지만 ㄱ사가 개발하겠다고 제안한 새 침낭 또한 그보다 더 우수한 상용품이 이미 시중에 유통되고 있었던 만큼 규정에 따라 개발보다는 상용품 구매 가능 여부를 우선 검토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ㄱ사는 이와는 별도로 육군에 천막·배낭 납품을 추진하면서 관계자 2명에게 317만원의 뇌물을 준 사실도 적발됐다. 방위사업청은 육군으로부터 ㄱ사에 대해 부정당업체 제재조치를 취할 것을 의뢰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위하지 않은 채 ㄱ사와 총 116억원의 천막·배낭 양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ㄱ사의 제품의 품질검사를 담당하는 국방기술품질원 직원 2명도 각각 195만원, 93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가 적발됐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