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방해 이겨낸 81세 여성의원의 뚝심

2014.12.09 22:01 입력 2014.12.09 22:10 수정

파인스타인 미 상원 정보위원장 ‘고문 보고서’ 공개 버팀목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 고문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가 CIA와 보수진영의 격렬한 반대에도 9일 공개된 데는 미 의회 최고령 의원인 다이앤 파인스타인(81)의 역할이 있었다.

2009년부터 상원 정보위원장으로 있는 파인스타인은 지난 5년간 보고서 작성 과정을 지휘하고 CIA의 방해 공작을 막아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CIA 방해 이겨낸 81세 여성의원의 뚝심

그는 보고서에 반영할 CIA의 반박·해명을 받던 지난 4월 상원 연단에 서서 30분간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의 CIA 방해 공작을 낱낱이 폭로했다. 당시 CIA는 자체 조사보고서에서 ‘고문의 효과가 별로 없었다’고 한 부분이 상원 보고서에 중요하게 거론되자 상원 컴퓨터에 몰래 접속해 정보를 삭제했다고 파인스타인은 주장했다. 존 브레넌 CIA 국장이 즉각 부인했기 때문에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보고서가 실제로 공개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파인스타인은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파인스타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정치 선배이다. 오바마는 2012년 보고서 작성이 사실상 완료된 뒤에도 CIA 건의를 받아들여 보고서 공개 수위를 낮추는 데 골몰했다. 오바마는 CIA의 해외 비밀감옥 소재지, 테러 용의자들 이송에 협조한 외국 정부 등 지울 부분을 막판 조율하기 위해 최근 데니스 맥도너 비서실장을 파인스타인의 샌프란시스코 자택에 보내기도 했다.

파인스타인은 미국의 핵무기 감축 등 공격용 무기 철폐에도 강한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지난 3일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핵억지 안보 수요를 넘어선 양의 핵무기는 유지 비용과 안전의 측면에서 부담일 뿐이라며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인스타인은 폴란드계 유태인 집안 출신으로 1955년 스탠퍼드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뒤 평범한 주부로 지냈다.

그런 그가 정치에 뛰어든 계기는 1961년 샌프란시스코시의 흑인 거주지 차별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하면서다. 민권운동이 한창이던 1960년대, 특히 진보적 성향의 서부 해안 지역에서의 생활이 그의 오늘을 있게 한 자산이었다. 36세 때이던 1969년 시의원에 당선되며 처음 선출직에 올랐고, 1979년부터 10년간 샌프란시스코 시장을 지냈다. 1993년 상원의원에 당선된 뒤 2012년 5선에 성공했다. 파인스타인이 CIA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신있게 행동할 수 있는 데는 고령으로 4년 뒤 재선에 도전할 생각이 없다는 점도 있다.

그를 만나본 한 외교관은 “‘소싯적 한 미모 하셨겠다’는 얘기에 소녀처럼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순수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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