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새책]문화를 지배한 ‘지식창고’를 기억한다

2004.03.19 17:08

◇에코의 서재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로이 매클라우드 외/시공사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2002년 10월16일 역사적인 행사가 열렸다. 기원전 3세기경 이집트 신왕국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에 의해 세계 최초의 공공도서관으로 건립돼 80만여권의 방대한 장서를 자랑하다가 파괴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그 도서관이 1,600년 만에 재개관한 것이다. 아랍권과 유럽 국가들, 유네스코, 유엔개발계획(UNDP) 지원으로 이집트가 야심적으로 재건한 이 도서관의 외벽에는 전세계 글자가 적혀 있는데 우리 한글의 ‘름’과 ‘강’자도 자리잡고 있다.

이 책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재건 프로젝트를 돕기 위해 전세계 지식인들로 결성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친구들’이라는 모임에 참여한 호주 학자들의 글을 모은 것이다.

알렉산드리아에는 ‘책은 열정이고 책을 수집하는 일은 고질병’이라는 격언이 있다고 한다. 이 말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건립한 프톨레마이오스 1세의 후계자들의 도서수집욕을 빗댄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프톨레마이오스 3세는 전세계 군주들에게 편지를 보내 책을 베껴 쓰고자 하니 원본을 빌려달라고 요청한 뒤 책을 돌려주지 않았다. 또한 이집트 세관 관리들은 지나가는 배에 책이 있으면 그 책을 무조건 몰수해 베껴쓰도록 했다. 책 주인은 복사본이라도 한권 얻어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했다.

이처럼 학자들의 정원이자 통치자를 위한 ‘종합정보센터’의 역할을 하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기원전 48년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포위로 손실을 입었다. 마침내 4세기경 완전히 불에 타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알렉산드리아를 완전히 파괴한 화재사건은 중세의 문화와 학문 발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일대 미스터리로 평가되고 있다.

이 책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출발에서부터 소멸에 이르기 까지의 역사와 도서관을 중심으로 꽃핀 학문과 예술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특히 중세의 도서관과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비교·분석한 9장은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흥미있게 읽은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종인 옮김. 1만2천원.

〈김재중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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