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임 낫 스케어드

2004.08.05 15:43

감독 가브리엘 살바토레|출연 주세페 크리스티아노·마티아 디 피에로

이탈리아의 시골. 폐가에서 여동생의 안경을 잃어버린 미카엘(주세페 크리스티아노)은 우연히 마당 구석에 가려진 구덩이를 발견하게 된다. 마카엘은 그곳에서 누더기를 걸친 채 사슬에 묶여있는 또래 소년을 발견한다. 놀란 미카엘은 도망가지만 호기심을 못이겨 다시 동굴을 방문한다. 미카엘은 소년에게 음식과 물을 갖다주고, 둘 사이엔 우정이 싹트게 된다.

[영화]아임 낫 스케어드

이탈리아 영화 ‘아임 낫 스케어드’(I’m not scared·나는 두렵지 않다)의 제목은 반어법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아이들은 어른들의 추악함을 깨닫고 몸서리를 치게 된다. 게다가 부모마저도 믿을 수 없는 존재. 그러므로 ‘두렵지 않다’는 이 선언적 제목에선 역설적으로 세상에 대한 아이들의 깊은 두려움이 읽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사건을 겪으면서 한뼘 자라나기보다는 ‘그렇고 그런’ 삶의 실체를 절감하게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아임 낫…’은 비틀린 성장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영화를 지배하는 정서는 당연히 서글픔이다. 부모의 부정을 알게 된 미카엘은 정신적인 공황 상태가 되고, 동굴에 갇혀버린 필리페는 ‘나는 죽었다’며 눈뜨기를 거부한다. “너도 아이지”라고 묻는 둘만의 대화에는 ‘동정없는 세상’을 깨달은 아이들의 이심전심이 담겨있다. 친구를 도우려는 아이의 착한 심성과 계산으로 똘똘뭉친 어른들의 음흉한 계획이 불협화음을 내면서 관객들 가슴 속에 동정과 격분이 교차하는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영화]아임 낫 스케어드

‘고스포드 파크’ ‘판타스틱 소녀백서’ ‘토탈 이클립스’ 등을 만든 캐피톨 필름이 제작했으며, 미라맥스 영화사에 의해 전세계에 배급됐다. 미카엘과 필리포를 연기한 두 소년은 이탈리아 전 지역에서 응모한 600여명의 아이들 중 선발된 초보배우다. 제5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며,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됐다. 블록버스터들이 넘치는 여름 극장가의 한 구석에 숨겨진 보석 같은 영화다. 6일부터 하이퍼텍 나다에서 ‘나에게 유일한’과 교차상영된다.

〈이용욱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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