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된 인권’정신병원

(5) 치료기관으로 거듭나야

2006.08.13 18:03

독일에서는 정신질환자를 폐쇄병동에 입원시키려면 법원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 입원 후 72시간 이내에 정신병원이 위치한 지방법원 판사가 폐쇄병동 입원치료를 허가한다.

우리나라는 환자의 계속 입원 여부를 심사하는 정신보건심판위원회에 정신과 전문의 외에 판·검사, 변호사 등이 참여한다. 그러나 법조인은 조언을 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감금된 인권’정신병원](5) 치료기관으로 거듭나야

독일뿐 아니라 영국 등 유럽 국가 대부분이 폐쇄병동 입원을 법으로 제한하는 이유는 인권보호 측면뿐 아니라 치료에도 큰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유럽의 환자 치료는 ‘개방형 병원’이나 재활시설에서 이뤄진다. 개방형 병원은 통원치료 방식으로 운영된다. 일례로 ‘낮 병동’의 경우 환자가 낮에 병원에 들러 약물 치료를 받고 사회적응 재활프로그램을 이수한다. 치료 후엔 보호자가 있는 집이나 정신질환자 재활시설로 돌아간다.

낮 시간에 치료받을 수 없는 환자는 ‘밤 병동’을 이용하면 된다. 이곳은 낮에는 사회생활을 하지만 야간에는 머물 곳이 없는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숙박시설로도 활용되고 있다. 치료가 완료된 사람들은 ‘완충지대’에서 사회적응 훈련을 받는다. 완충지대는 병원과 가정을 잇는 중간 단계로, 기숙사나 장애인공동주택, 공동체클럽, 보호작업장 등을 일컫는다. 이곳에서는 직업교육이나 재활훈련을 시킨다. 보호자가 환자를 돌볼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을 때에는 여기서 생활하면 된다.

우리나라도 유럽의 낮 병동과 유사한 ‘정신보건센터’가 있다. 전국적으로 126곳이 있다. 그러나 전문인력을 제대로 갖춰놓고 운영하는 기관은 40곳 정도이다. 이용 인원은 연간 3,000여명. 전국의 정신질환자 중 중증환자가 16만명이며, 이 가운데 병원 입원이나 재활훈련 등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사각지대의 환자가 3만~4만여명임을 감안하면 ‘정신보건센터’의 역할은 미미한 수준이다.

정신질환자 쉼터 등 사회복귀시설에 대한 지원도 부족하다. 2005년 보건복지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정부 지원 주체가 이관되면서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시설이 늘고 있다. 정신병원에 대한 수가보전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 13일 정신병원협의회에 따르면 전체 환자의 80%가 의료보호환자인 데 반해, 이들로부터 들어오는 수가보전은 51.7%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수가보전방식이 1인당 하루 3만원으로 고정된 게 문제다. 이 때문에 좋은 약을 써야 하는데도 쓰지 못하고, 진료를 많이 받아야 하는데도 그러질 못한다.

정신병원협의회 홍상표 사무국장은 “정신보건법에 의사 1인당 환자 60명이 되도록 규정했는데 실제로는 1인당 80.3명이나 돼 법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신질환자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법안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복지부는 ▲환자의 격리와 강박 제한 ▲폭행·가혹 행위에 대한 가중처벌 ▲계속 입원 심사의 신속화와 정밀화 등을 담은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상태다.

<시리즈 끝> 〈조현철기자 cho197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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