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 초기에 적절한 약물치료를

2007.06.28 09:30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정신의학적으로는 3대에 걸친 망상, 소위 정신병리의 대물림이나 청소년기 정신분열병이라는 범주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정신역동적인 관점에서 보면 부모에게조차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세상에서 철저히 고립된 채 살아오던 10대 소녀가 유일한 애착대상이었던 할머니마저 상실한 후 누구라도 당연히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

따라서 자신이 사이보그라는 망상의 갑옷 속에서만 표출할 수 있었던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다룬 영화이다. 딸의 심리적 어려움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품어주기보다는 둔감하고 부적절한 반응만을 보이는 어머니, 자신이 쥐라고 믿는 망상을 가진 할머니와의 공생적 관계에서 주인공인 소녀는 자신이 따뜻한 체온을 가진 인간이 아니라 사이보그란 망상을 발달시켰을 수 있다.

공유 정신병적 장애는 정신병적 장애를 갖고 있는 양육자와 장기간 함께 살며 사회와 격리되어 지낼 때 발생한다. 공유 정신병적 장애는 임상적으로 드문 장애이나, 정신분열병은 평생 유병률이 1% 정도로 알려져 있다.

대개 정신분열병의 전구 증상은 청소년기부터 시작된다. 우울이나 분노 등 기분변화를 보이고,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고 사회적 관계를 회피하거나, 주의집중력이 저하되고 학업이나 일의 기능이 저하되며, 자신이나 세상에 대한 지각의 변화 및 특이하거나 비현실적인 생각에 몰두한다면 정신분열병 초기 증상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초기에 적절히 약물치료를 받게 된다면 더 심하게 진행되지 않고 회복될 가능성이 많지만,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된 기간이 길수록 예후는 나빠진다.

부모·자녀 관계에서 먹는 것, 먹이는 것은 모두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것과 등가의 행위이다. 좋은 부모란 자녀의 말에 귀 기울이고 힘들어할 때 양 팔로 품어주고 사랑으로 먹여주는 부모이다.

자녀가 부모에게 인정받기 위해 다른 무언가가 되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노력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해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고 감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착한 아이라고 꿈이나 공상마저 착한 것은 아니다. ‘네가 공부 잘해서, 착해서 사랑한다’는 조건적 사랑보다는 ‘너 그 자체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자. 설령 공부를 못해도 괜찮다. ‘사이보그라도 괜찮다’고 말이다.

〈신민섭 교수|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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