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은 ‘골동품’ 맛은 ‘명품’

2007.07.12 09:39

영화를 보노라면 극 중간중간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옛 물건들과 복식들로 구성된 회상신을 비추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관객들은 잠시나마 시간이 거꾸로 돌아간 듯한 낯선 느낌을 받게 된다. 동시에 그 뒤에 이어지는 현재의 시간과 스토리는 신선함과 탄력을 부여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이제 너무도 빈번하게 사용된 탓에 클리셰(Cliche, 진부한 표현)로 치부되곤 한다.

[샐러리맨의 만찬]식당은 ‘골동품’ 맛은 ‘명품’

중국집 ‘경발원(慶發園)’은 이러한 진부함을 말끔히 걷어내고 최고의 회상적 효과를 자랑하는 맛집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회기동 위생병원 건너편 주차골목에 위치한 ‘경발원’은 3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킨, 마치 서울의 시간이 과거에 멈추어버린 듯한 느낌을 주는 ‘골동품’ 식당이다. 골목 안에 펼쳐진 정경부터 식당 안에 놓인 스테인레스 의자와 식탁, 빛바랜 장식장과 격자식 간유리 등등, 70년대 분위기 바로 그것이다. 음식을 먹어보지 않아도 그 자체로도 충분히 낯선, 동시에 친숙한 느낌을 준다.

화교 출신의 노부부가 단출히 이끌어가는 경발원의 메뉴는 단순하다. 자장면과 짬뽕, 볶음밥, 탕수육과 깐풍기 등등, 최근 유행하는 중국 본토식 메뉴와 비교하자면 오히려 정통 한국식(?) 메뉴만을 다룬다. 배달중국집의 그저 그런 메뉴들이라고 실망할지 모르겠지만, 한번 경험해 본다면 이들 메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겨날 것이다. 이 멈추어진 시간의 장소에서 벗어났을 때 삶의 새로운 활력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고 특이한 맛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단점이자 이 집만의 개성이라면, 예약을 하든 안하든, 주방장이 한 명이어서 주문한 뒤 30~40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짙은 노란색 소스가 살포시 얹어져 나오는 탕수육 한 점을 베어 먹으면 입안 가득히 퍼지는 달콤새콤한 향과 탱글탱글 씹히는 육질의 화려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오징어 튀김만큼이나 두텁고 길죽한 사이즈를 자랑하는 이 집 탕수육은 튀김옷이 얇고 육질이 부드럽다. 씹는 맛과 미각, 후각 모두를 100% 만족시킨다.

한편 이 집의 특기는 매운 요리다. 요즘은 기호에 따라 조금 덜 맵게 하곤 하는데, 주문할 때 부탁을 하면 머리 위로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맵게 해주기도 한다. 라조기는 특히나 빼갈을 잡아끄는 각별한 맛을 자랑한다. 부추와 쪽파, 빨간 건고추 등의 향긋한 야채가 주먹 반 만한 크기의 닭고기와 절반씩 나온다. 고기의 육질과 튀김옷, 감칠 맛 나는 매운맛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맛은 황홀경에 가깝다. 이와 더불어 맑고 담백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 위에 얹어진 강렬한 매운 맛의 짬뽕이야말로 이 집의 맛을 완성해주는 마무리다.

담백하고 시원한 ‘경발원표’ 매운 맛의 향연은 첫 경험 뒤 며칠이고 머릿속에 맴도는 개운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면종류 4000원, 요리종류 1만5000원~2만원. (02)2244-2616

〈박제성|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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