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동 ‘고성 막국수’

2007.08.16 09:42

-단순하면서 은은한 매력-

[샐러리맨의 만찬]방화동 ‘고성 막국수’

남성의 유일한 액세서리라고 할 수 있는 시계에 관심을 가지다보면 복잡한 기능, 화려한 디자인을 가진 ‘컴플리케이션 워치’에 열광하곤 한다. 그러나 시계 자체가 움직이는 방식, ‘페이스’라 부르는 시계 판의 미묘한 아름다움 등을 이해할수록 복잡한 장식과 기능을 배제한 ‘심플 워치’에 대한 동경이 솟아오르게 마련이다. 음악 또한 마찬가지다. 복잡하고 화려한 음악에 귀를 기울이다가도 어느 순간엔가 독주곡만이 주는 집중력에 흠뻑 빠져들기도 한다.

먹거리도 마찬가지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은은한 매력을 발산하는 것 중 하나가 다름 아닌 메밀이다. 메밀이 가지고 있는 그 독특한 향기와 특유의 시원함은 다른 재료의 구애를 받지 않고, 그 자체의 일관된 맛과 향 하나만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특히 메밀의 도정 과정이 훨씬 투박한 막국수야말로 평양 냉면류만큼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더욱 직접적이고 단순하며 강한 흡인력을 발산하는 음식이라 하겠다.

방화3동, 서울의 끝자락에 위치한 막국수 전문점인 ‘고성 막국수’. 이곳이야말로 막국수가 가지고 있는 그 단순함의 미학을 제대로 설파하는 곳이다. ‘고성’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형용사가 아니라 강원도의 맛을 제대로 상징한다. 문을 연 지 8년 정도 된 ‘고성 막국수’는 서울에서도 꽤 외진, 그것도 아파트 단지 내 가장 구석진 위치에 있지만 항상 손님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릴 정도로 그 유명세가 하늘을 찌르는 집이다.

냉면사발 안에 메밀이 촘촘히 박혀 있는 면 외에 김과 오이, 삶은 달걀만이 고명으로 나오는 소박한 구성이다. 그러나 따로 나오는 얼음장 같이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붓고 훌훌 풀어 ‘마신다’(!)면 이내 ‘메밀 꽃 필 무렵’의 한 장면과 같은 신비스러운 황홀경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메밀만의 시원한 맛이 칼칼한 동치미 국물에 힘입어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다. ‘자사제조면’인 만큼 까칠하니 툭툭 끊기는 맛과 멋은 공장면을 쓰는 여느 닭갈비집 막국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첫 젓가락질만으로도 꽤나 놀랄 만한 백김치나 열무김치와 같은 반찬 역시 막국수의 매력을 증폭시키는 중요한 조력자이다. 물론 함께 넣어먹어도 좋다. 이와 함께 편육 한 접시를 곁들여 먹어도 좋다. 야들야들하고 윤기가 흐르는 편육 한 점을 집어 반찬으로 나오는 대구식해와 함께 먹으면 보쌈에 버금가는 맛을 즐길 수 있다. 다른 곳에서 나오곤 하는 명태식해와는 또 다른 맛이다. 기본 외에 더 시키려면 2000원을 내야 할 정도로 정성이 담겨 있다. 막국수: 5000원, 편육 소(小)자: 1만3000원. (02) 2665-1205

〈박제성|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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