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동 ‘엄마 손맛’

2007.08.30 10:04

체코의 위대한 작곡가 드보르자크가 작곡한 교향곡 9번 ‘신세계’를 들어보면, 미국이라는 신세계에서의 감흥을 음악으로 그려냈다는 것 외에, 고향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배어있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언뜻 언뜻 그리워하는 대상으로 고향, 추억, 부모님 등이 있을 텐데, 그 기억을 지탱해 주는 연결고리장치 중 하나가 ‘맛’이다. 이역만리 타지인 미국에서 드보르자크가 작곡한 ‘신세계’ 교향곡에 체코의 맛이 숨쉬고 있듯, 한번 입에 익은 맛은 수십년이 지난, 수천리가 떨어진 곳에서도 고스란히 살아 숨쉬게 마련이다.

[샐러리맨의 만찬]신계동 ‘엄마 손맛’

용산 전자랜드 맞은편 골목에 위치한 신계동 ‘엄마손맛’ 집은 저 멀고 먼 완도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나오는 곳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하이엔드 오디오와 고성능 컴퓨터, 첨단 전자 기기들이 숨막히게 발전해가고 있는 전자랜드 한복판에 남도의 섬 완도의 맛이 고집스러울 정도로 변치 않고 고스란히 박혀 있다니! 그도 그럴 것이 구수한 사투리로 손님을 편안케 해주는 이 집 안주인의 고향이 완도일뿐더러 이곳에 정착한 지 갓 2년이 넘었을 뿐이라고 한다.

샐러리맨들의 점심이 끝나도록 한번도 은은한 미소를 잃지 않는 ‘엄마손맛’의 주메뉴는 다름 아닌 완도 직송 해산물들이다. 그 첫 리스트에는 전복버섯전골과 전복구이가 떡 하니 버티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은 양식이지만 해조류와 플랑크톤을 먹고 큰 만큼 자연산에 버금가는 신선도와 맛을 자랑한다. 전복양도 푸짐하다. 내장과 함께 구워먹는 구이는 전복 특유의 육질과 향기가 잘 살아나고, 미역의 시원한 맛과 꽃게 육수의 감칠맛이 어우러진 얼큰한 전골 또한 생각만 해도 침이 괸다.

여러 종류의 맛깔스러운 반찬은 매번 바뀐다. 고시(삼치새끼)로 삼치구이를 대신하는 여느 밥집과는 달리 신선한 생삼치를 사용하는 구이와 조림 또한 이 집의 간판 메뉴다. 두툼하되 부드러우며 단백한 삼치 한토막을 전복과 곁들여 먹는다면 황후의 밥상도 부럽지 않다. 여기에 싱싱한 선도와 저칼로리를 자랑하는 미역비빔국수도 식사대용으로 좋다.

완도산 해산물 뿐만 아니라 고추, 양파, 감자 등의 각종 재료 또한 친정 어머니가 재배한 것만을 고집한다는 ‘엄마손맛’. 한사코 자기 솜씨가 아니라 재료의 신선함 덕분이라며 자신의 공을 뒤로 감추는 주인은 손님의 주머니만 탐내는 장사꾼은 아닌게 분명하다. 전복버섯전골 중 3만원, 전복구이 3만5000원, 삼치조림(2인분) 1만원, 삼치구이 6000원. (02)715-7736, 7738

〈박제성|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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