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동 ‘순흥골’

2007.09.13 09:54

-비장의 소스와 만난 돼지갈비-

독일 특유의 그 우울한 날씨와 고답스러운 분위기 때문일지는 모르겠지만 작곡가 혹은 철학자들 가운데에는 유독 독일 사람이 많다. 독일 사람들은 감자와 돼지고기가 주식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의 숯불양념돼지갈비를 먹을 수 있었다면 예술가들의 수는 지금에 비해 현저히 줄었을 것이다. 돼지갈비 특유의 달콤하고 폭신한 맛 덕분에 다른 것에 열중할 수 없지 않았을까 싶기 때문이다.

[샐러리맨의 만찬]신길동 ‘순흥골’

신길6동 신풍역 근처에서 4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기집인 ‘순흥골 이동 숯불갈비’는 밖에서 보기에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항상 손님들로 꽉 차 있고,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한마디로 ‘소리없는 아우성’이다. 주방장 경력 15년차의 주인이 저 유명했던 ‘흥부골’에 뒤이어 문을 연 이 집은 그동안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실험, 완성한 결정체라고 한다. 대개 회식 때 싼값의 돼지고기를 즐기는 탓에 굳이 개인적인 식사에서까지 돼지고기를 먹고 싶진 않다는 말을 왕왕 듣는다. 그러나 ‘순흥골’을 알게 되는 순간 돼지고기에 대한 고정관념은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마장동에서 엄선해온 돼지갈비에 땅콩과 고추기름을 주재료로 해서 만든 비장의 소스가 어우러진 맛이 일품이다. 두꺼운 두께가 주는 포만감과 부드러운 육질이 주는 감촉, 여기에 제대로 들어간 칼집에서 우러나오는 양념의 깊은 맛 덕분이다. 이 정도면 여느 유명 식당의 소갈비도 부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여기에 연두부와 양념게장, 도토리묵 등 그때마다 바뀌는 다섯 종의 반찬과 각종 야채가 푸짐하게 담긴 쟁반이 돼지갈비의 분위기를 더욱 윤택하게 장식해준다.

그때그때 양념을 해 내놓는 소등심 주물럭도 이 집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다. 간장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볶은 소금만으로 간을 맞추는 만큼 고기의 질과 양념의 향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허심탄회한 가격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직접 만든 고구마전분면과 새콤달콤하고 매콤한 육수의 물냉면이 서비스로 나온다. 고기를 먹은 뒤의 느끼한 맛을 지우기 위해 주인이 면은 물론 고추씨와 동치미 국물로 육수까지 직접 만들어냈다고 한다. 손님이 맛있게 먹고 간다는 생각이 들게끔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순흥 안씨 주인장의 근면한 창조력이 빛을 발하는 집이다. 돼지갈비 9000원, 소등심주물럭 1만3000원, 식사냉면 5000원(고기 주문시 공짜) (02)848-1888

〈박제성|음악칼럼니스트〉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