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풍요 속 공포’ 그렸죠”

추리소설 ‘코미디는 끝났다’ 출간한 이은

한국 추리소설 작가를 찾기 힘든 요즘 추리소설가 이은씨(44·사진)가 세번째 장편 추리소설 ‘코미디는 끝났다’(랜덤하우스)를 출간했다. 미술 전공자로 추리소설 작가가 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그는 현대인의 성을 다룬 추리소설 ‘누가 스피노자를 죽였을까’(2003년)와 미술품 위작 문제를 다룬 추리소설 ‘미술관의 쥐’(2007년)를 냈었다.

[이사람]“현대인의 ‘풍요 속 공포’ 그렸죠”

“신작을 통해 현대인이 갖고 있는 공포를 말하려 했습니다. 보통 ‘공포’하면 폐가, 공동묘지 등을 떠올려요. 하지만 현대인에게 공포란 현실과 사람입니다. 교통사고, 끔찍한 살인사건, 어처구니없는 죽음 등이 그렇죠. 이런 걸 묘사하되, 그림으로 치면 대비가 강한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서 코미디언을 주인공으로 했습니다. 웃음과 공포를 조합시키고 그중에서 공포에 초점을 뒀어요.” 인기 개그맨이 죽음을 예고하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계속해서 받게 되고, 이로 인해 공포 상황에 빠지면서 감정의 극과 극을 오가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작품은 미술계를 소재로 하지 않았다. 미술사·사진 전공으로 박사학위도 받은 작가가 전문성을 살려 미술계에 대한 전문 추리소설을 내길 기대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번엔 하드고어·심리추리였다면 앞으로는 코믹추리도 써보고 싶어요. 미술만 갖고 쓰면 단조로워지고 글이 늘지 않더라고요. 잘 알기 때문에 익숙해서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거죠. 주변에선 의학 추리소설처럼 전문적으로 미술분야 추리소설을 하라고 하는데 제 생각에 한국에서는 추리소설 한다는 것 자체가 전문가예요.”

번역된 외국 추리소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국내 작가는 출판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 때문에 그는 추리소설 작가로서 “사명감도 느낀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요. 책을 통해 꼭 뭔가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죠. 일본과 미국에선 오락이에요.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보다가 다 읽으면 버리고요. 문학이 사는 방법도 이것이라고 생각해요. 문학 갖고 매일 공부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 때문에 신간을 낼 때마다 그는 출판사에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고 한다.

“팔릴지 안팔릴지도 모르는데 내줬으니까요. 예전엔 ‘나 혼자 해먹자’는 생각도 했는데 같이 움직여야 더 잘되더라고요. 추리소설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우연히 그림을 훔친 도둑이 자신도 모르게 미술계 비리에 말려들어가게 되는 내용의 다음 작품을 구상 중인 그는 앞으로도 현대인의 공포를 주제로 작품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인들이 과거 사람에 비해 약한 것 같아요. 모든 혜택을 누리고 편리한 생활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약해져 사소한 단서에 쉽게 무너져요. 가까이 있고 흔하기 때문에 못느끼는 현대인의 공포를 다루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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