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마스터플랜 “우린 힙합의 성지”

2008.12.03 14:44
글 배순탁 | 음악평론가·진행 박준흠 | 가

작품성 논하지 말라

한 때 마스터플랜하면 힙합이었고, 힙합하면 마스터플랜

마스터플랜은 음악 팬들에게 ‘한국 힙합의 성지’로 인식되어 있는 레이블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마스터플랜하면 힙합이었고, 힙합하면 마스터플랜이었다. 주석, 데프콘, 디제이 소울스케이프, 바스코, IF(Infinite Flow), 여기에 윈디 시티까지, 마스터플랜은 힙합을 중심으로 흑인 음악의 80%를 아우르면서, 흥행까지는 몰라도 ‘작품성 보증 브랜드’로 명성을 떨쳐왔다. 이제는 누구나 이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의 인디레이블](27) 마스터플랜 “우린 힙합의 성지”

이렇듯 빼어난 성취가 평소 친한 사람들이 ‘노는 것처럼 재미있게 해보자’는 잡담을 하면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놀랍다. 그래서 마스터플랜의 간판이자 음악 평론가로도 친숙한 이종현 대표(사진)와의 만남은 장난스러운 놀이가 어떻게 비즈니스로 발전될 수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롤 모델과도 같았다. ‘놀이와 노동이 일치되었던 행복한 순간.’ 때는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는 “소속 아티스트로만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며 “스태프들의 창의적인 발상으로 수익 모델을 만들고 다른 레이블들과의 연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인터뷰다.

-레이블 이전에 클럽 ‘마스터플랜’을 얘기해야할 것 같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93년부터 모였던 음악 모임의 몇몇 사람들이 97년쯤에 ‘즐겁게 놀아볼 공간을 만들어볼까’라고 얘기한 후부터다. 당시 ‘푸른 굴 양식장’이라는 곳을 인수하게 되었고 3명이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힙합 팀들의 공연 위주였나.

데프콘

데프콘

“그렇진 않다. 당시만 해도 일렉트로닉이나 힙합 쪽 공연은 거의 없었고, 모던 록이 대세였다. 이후 힙합이 큰 인기를 끌면서 우리 클럽에서도 힙합의 비중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거다. 그런데 힙합 팀들이 공연을 하면서 욕심이 생기니까, 음반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2002년에 ‘레이블 마스터플랜’을 만들었다.”

-힙합 뮤지션들이 왜 마스터플랜으로 몰린 건가. 당시에는 라이브 클럽도 많았는데.

“간단하다. 다른 클럽들이 록 음악에만 치중하면서 힙합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는 오는 대로 받아주는 편이었다.”

-당시 클럽을 찾아주는 관객들은 많은 편이었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다. 가끔은 힙합 뮤지션들이 너무 많아서 스케줄이 소화가 안 되는 때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레이블에서 나온 음반에 대한 초반의 시장 반응은.

“많이 팔렸는데, 그에 비하면 회사 차원에서의 수익은 미미했다. 당시에는 음반사업 쪽의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익을 내는 방법을 몰랐다. 한마디로 당한 거다. (웃음) 지금은 그냥 비싼 수업료를 낸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는 어떤가. 여전히 배우는 중인가.

주석

주석

“우리는 양으로 밀어붙이는 쪽이다. 앨범을 계속 선보이면서 배우고 또 배우자는 주의라고 할까. 지름길로 가면 편하겠지만,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경험들을 버릴 수밖에 없다. 돌아갈 땐 돌아가더라도, 훌륭한 음악에만 집중해왔다는 점은 자부할 수 있다.”

-현재는 마스터플랜뿐만 아니라 공연 쪽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회사의 전체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나.

“일단 레이블 마스터플랜과 이소영씨가 대표로 있는 ‘해피 로봇’이 있다. 마스터플랜만으로는 한정적이어서 그것과는 별개로 모던하고 스타일이 살아있는 음악들을 ‘해피 로봇’에서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을 주도하는 ‘민트 페이퍼’가 있고, ‘The Park’라는 이름의 스튜디오도 운영 중이다. 참, 공연 파트 중에는 B-Boy 팀도 있다. 모두 합쳐서 ‘마스터플랜 뮤직 그룹’이라고 정리하면 된다.”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상상 이상으로 덩치가 커졌고 다루는 장르도 다양해졌다.

“외관상으로는 확실히 증가했다. 소속 아티스트들의 숫자가 늘어나다보니 장르도 많아졌고, 공연에, B-Boy까지. 예전에는 눈에 다 보였는데, 지금은 좀 힘들다.(웃음)”

-음악으로 돈 벌기 힘든 시대다. 자신만의 사업 마인드가 있다면 무엇인가.

“조금 다른 얘긴데, 우리는 소속 아티스트들과의 관계를 좋게 끝내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역설적으로 ‘소속 아티스트로만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스태프들의 창의적인 발상으로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게 낫다. 또 이런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다른 레이블과의 연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함께 연동해서 작업하면 더 좋은 음악이 나올 수도 있고, 이를 통해서 부가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소속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음악적인 일촌’인 셈이다.”

봄여름가을겨울

봄여름가을겨울

-공연 쪽으로 규모를 확장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맞다.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도 그런 발상의 일환이다. 요즘은 뮤지션과 신규 계약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데도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근래 새로 맞이한 식구라고는 래퍼 2팀, 세렝게티,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이 전부다.”

-일을 벌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경향이 있다. 하지만 책임감을 갖고 최대한 매듭을 잘 지으려 애쓰고 있다. 100에 80 정도는 해야 맞는 거 아닌가. 중요한 건 음악계 모두가 아군이고 파트너라는 마음가짐이다. 그래야 일을 벌이면서도 서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음악계가 어렵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세렝게티

세렝게티

“시장이 바닥을 쳤기 때문에 언젠가는 반등을 할 때가 분명히 올 거다. 그 때를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만의 독자적인 파이를 키워서 새로운 수요를 찾아내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 전에 음악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 자체가 뚝 끊긴 것 같은데.

“관심을 가질 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 일례로 페스티벌 같은 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공연을 통해서 몰랐던 뮤지션을 만나고, 음반을 사고, 그러다 보면 음악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될 수 있다.”

-우리 음악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아티스트의 음악에 대한 평가에 소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존중해주고, 정당한 가치를 부여해줘야 뮤지션들도 힘을 얻을 수 있다. 우리 레이블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열심히 일하면서 좋은 음악들을 꾸준히 소개하려고 한다. 질책과 관심을 함께 주셨으면 더 바랄 게 없다.”

마스터플랜 아티스트 및 카탈로그

사이드 비(Side-B)

In The Place To Be (1999)

스웨터(Sweater)

Zero Album Coming Out... (1999)

스위트피(Sweetpea)

달에서의 9년 (1999)

디제이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

[한국의 인디레이블](27) 마스터플랜 “우린 힙합의 성지”

디제이 소울스케이프는 2000년대부터 국내에 불기 시작한 DJ 문화를 선도한 주인공. 힙합, 라운지, 솔 등의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턴테이블이라는 자신만의 비기(秘器)로 표현하는 재주가 일품으로 평가 받는다.

180g Beats (2000, 2005년 재발매)

Lovers (2003)

창작과 비트 Vol.1 - Patterns For Words (2007)

주석

주석은 마스터플랜의 대표 아티스트이면서 ‘천왕’이라고 불릴 만큼 높은 인기를 누렸던 실력파 래퍼다. 인디 출신 래퍼 중에서는 메이저 무대에서 가장 성공한 케이스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기도 하다. 현재는 마스터플랜을 탈퇴한 상태.

Only The Strong Survive(EP) (2000)

Beatz 4 Da Streetz (2001)

Welcome 2 The Infected Area (2002)

Superior Vol. 1 - This iz My Life (2003)

Superior Vol. 2 - Seoul City‘s Finest (2005)

원선(One Sun)

어부사(EP) (2001)

For Whom (2003)

One (2006)

MC 신건

Lyricist (2002)

2 Soo

The First... 0.5(EP) (2002)

인피니티 플로우(Infinite Flow)

[한국의 인디레이블](27) 마스터플랜 “우린 힙합의 성지”

Respect 4 Brotha (2002/Mp)

We Are Music (2005/Master Plan)

연애편지 (2006/Mp)

More Than Music (2006/Mp)

데프콘(Defconn)

때로는 지독한 독설로, 때로는 유쾌한 언변으로 사회의 단면들을 꼬집어내면서 화제를 모은 래퍼. 전자(前者)의 이유 덕분에 한 때 별명이 ‘한국적 떡 랩의 일인자’였다. 래퍼로서의 자질도 물론 출중하지만, 코미디언을 떠올리게 하는 친근한 외모로도 대중들에게 사랑 받았다. 주석과 마찬가지로 현재는 마스터플랜 소속이 아니다.

Lesson 4 The People (2003)

1.5 Rawyall Flush (2003)

콘이 삼춘 다이어리 (2004)

City Life (2006)

스피트 파이어(Spit Fire) - 프랙탈, 바스코, 스케줄 원

Ignition (2005)

스퀘어(Square)

Rookie Of The Year (2006)

마이노스(Minos)

Ugly Talkin’ (2008)

세렝게티(Serengeti)

[한국의 인디레이블](27) 마스터플랜 “우린 힙합의 성지”

윈디 시티처럼 흑인 음악의 다채로운 과거에 젖줄을 대고 있는 밴드. 아프리카의 국립공원에서 따온 그룹 이름부터가 ‘블랙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봉고, 콩가 등의 퍼커션을 적극 활용해 아프리카의 원초적 리듬을 구현하려는 음악적 비전만으로도 주목해야 마땅할 밴드다.

Afro Afro (2007)

윈디 시티(Windy City)

아무래도 힙합 이미지가 강한 마스터플랜에서 ‘별종’으로 분류해도 좋을 밴드. 라는 히트곡으로 잘 알려진 아소토 유니온을 전신으로 하는 윈디 시티는 최신 힙합 사운드가 아닌 흑인 음악의 뿌리를 진지하게 탐구하는 그룹이다. 자연스레 레게, 솔, 펑크(funk) 등등 1960, 70년대 흑인 음악 애호가들에게 특별한 애정을 받고 있다.

Love Record (2005)

봄여름가을겨울

[한국의 인디레이블](27) 마스터플랜 “우린 힙합의 성지”

1980년대 한국적 퓨전 재즈의 초석을 닦은 2인조 그룹. 2008년 발표한 새 앨범부터 마스터플랜과 동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퓨전 재즈가 아닌 ‘성인 취향의 록 음악’을 들려주면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아름답다 아름다워 (2008)

V.A. [MP Hip Hop]

2000년 첫 발매된 마스터플랜 프로젝트 컴필레이션. 그간 ‘초’, ‘대박’, ‘풍류’라는 사이드 타이틀을 달고 국내 힙합 마니아들에게 절대적 성원을 추수해왔다. 마스터플랜 소속 아티스트는 물론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해외나 다른 레이블 뮤지션들과의 합작곡들도 대거 포함하고 있는 것이 특징.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상호 협력 곡들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마스터플랜의 철학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예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힙합 초보자들을 위한 가이드로서도 빼어난 기능성을 자랑한다.

V.A. [Mp Hiphop 2000 초] (2000)

V.A. [Mp Hiphop 2001 대박] (2001)

V.A. [Mp Hiphop 2002 풍류]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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