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

2009.06.12 17:30
한윤정기자

이슬람 원리주의에 희생… 조혼 열살소녀의 외침

[책과 삶]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

■ 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

누주드 알리 등 | 바다출판사

“우리는 자신의 동의 없이 결혼을 하게 된 어린 소녀의 사건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결혼 계약서에 대한 서명이 이루어지자마자, 하자 주에 강제로 끌려갔습니다. 그곳에서 그녀의 배우자는 그녀를 성적으로 학대했습니다. … 이혼을 선언합니다.”

2008년 4월15일, 예멘의 한 법정에서 이혼소송 선고가 내려졌다. 10살난 소녀 누주드 알리가 이혼녀가 된 것이다. 가난한 이슬람 가정 출신인 누주드는 아버지의 강요로 20살 연상의 남자와 결혼했지만 남편의 성폭력과 구타에 못이겨 두 달 만에 탈출한다. 그러나 가족들은 ‘샤라프(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누주드에게 돌아갈 것을 요구한다. 초콜릿을 먹고 책을 읽고 친구들과 놀고 싶었던 꿈 많은 소녀 누주드는 용기를 내서 예멘 수도 사나의 법원을 찾아가고 자신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준 아브도·가지·와헤드 판사와 여성 인권변호사 샤다 나세르를 만난다.

누주드의 이야기는 이슬람 원리주의에서 아직까지 행해지는 조혼과 여성학대의 실상을 백일하에 드러낸다. 누주드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명예살인’의 위협에 놓인다. 그러나 작은 영웅의 용기와 주변의 따뜻한 도움은 큰 변화를 일으킨다. 누주드의 이혼소송 이후 예멘에서는 만 17세 미만 소녀들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다른 아랍 국가들도 조혼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 책은 누주드의 이혼소송을 취재했던 프랑스 출신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델핀 미누이가 누주드의 구술을 받아 1인칭으로 서술했다. 극한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바꿔낸 소녀 누주드는 지난해 11월 미국 ‘글래머’지가 선정한 ‘2008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 등과 함께 상을 받았다. 지금은 평범한 초등학생으로 돌아가 샤다 나세르 같은 인권변호사를 꿈꾸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문은실 옮김.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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