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대표 조해붕 신부

2010.03.15 17:51 입력 2010.03.15 23:18 수정
도재기·사진 정지윤 기자

“4대강 반대, 사제적 양심 걸고 생명의 중요성 알리는 일”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종교계까지 나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을 파헤치는 사업이 본격화되자 시민사회단체, 대한하천학회 등 전문가들에 이어 ‘종교인들’마저 나선 것이다.

특히 한국 천주교 측은 최고 의결기구인 주교회의를 통해 “국민적인 합의 없이 법과 절차를 우회하며 수많은 굴착기를 동원하여 한꺼번에 왜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여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며 4대강 사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주교회의의 발표는 곧 천주교 전체의 공식입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교회의 가르침’으로 정립된다. 주교회의의 이 같은 발표는 4대강 사업을 “4대강 죽이기 사업”으로 규정하고 “4대강 사업의 즉각 중단”을 요구한 지난 8일의 전국 ‘사제 선언’의 영향이 컸다. 사제들은 선언을 통해 “개발의 고통 속에 신음하고 죽어가는 4대강에서 전국의 천주교 신자들과 사제들이 모여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고, “4대강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위한 ‘국민 서명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죽어가는 강을 살리고자 하는 후보들을 지지·선택할 것”이라며 “사제들의 선언과 다짐은 4대강 사업이 멈출 때까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4가지 다짐을 담은 사제 선언에는 당시 5명의 주교와 전국의 사제 1100여명이 서명했다.

전국 사제선언은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천주교 연대)가 중심이 돼 이끌었다. 천주교 연대의 대표를 맡고 있는 조해붕 신부(48·사진)를 지난 10일 명동성당 앞 가톨릭회관 6층 사무실에서 만나 사제들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이유, 사제 선언의 의미,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등을 들어봤다.

-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를 소개해 주십시오.

[경향과의 만남]‘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대표 조해붕 신부

“전국의 평신도들과 사제, 남녀 수도회 등으로 구성된 연대조직체입니다. 4대강 사업의 저지를 위해 지난해 12월 초 출범했습니다. 천주교 내에서는 이미 2008년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계획이 나올 때부터 반대 활동이 많았습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2008년 6월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계획’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죠. 그런데 정부는 그동안 말을 교묘하게 바꿔가며 지금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강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국 사제들이 힘을 모아 더 강하고 조직력있게 연대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고, 지난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 천주교 시국회의’가 열려 천주교연대가 태동했습니다.”

- 사제선언의 반응이 꽤 컸습니다.

“교회 내부에서는 물론 교회 밖에서도 호응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사제선언에 참여하겠다는 사제들이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사제들이 참여할 것으로 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제선언이 4대강 사업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신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4대강 사업을 바로 알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죠.”

- 그동안 나름대로 4대강 사업 반대활동을 많이 해오셨는데, 사제선언까지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4대강 사업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있는 그대로, 사실 그대로를 국민들께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회적 입장, 사제적 양심으로 국민들이 4대강 사업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겁니다. 정부는 사실 그대로를 알리지 않으니까요. 정부는 미래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칠 4대강 사업을 일방적 홍보로 강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것을 보면 준비가 덜 됐다는 게 명확히 보입니다. 말바꾸기를 하면서 엄청난 홍보비까지 쓰고 있습니다. 상당수 언론들도 제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 아주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한 겁니다. 또 우리는 종교인이기 때문에 우리들의 부족한 모습을 기도로 실천해보자 해서 사제선언이 나오게 됐습니다.”

- 사제선언이 교회에서 갖는 의미는 어떤 것이고, 신자들에게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어느 조직이나 단체 구성원의 생각이 다 똑같기는 힘듭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죠. 이번 선언은 사제적 양심을 걸고 제대로 알리는 일, 이런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습니다. 교회가 앞으로 가야 될, 또 사회가 해야 할 일들을 고민하게 만든 것이기도 합니다. 환경과 생명의 중요성은 교회가 지난 수천년 동안 늘 강조해온 것입니다. 선언은 이를 좀 더 분명하고 선명하게 제시한 것입니다. 또 우리 스스로도 소홀했던 것을 자각하고 반성하는 계기도 됐습니다. 사제분들이 사목활동을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발언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신자들께는 당연히 영향을 미치는 것이겠죠.”

- 사제선언의 4개 항목 중 특히 6월 지방선거에서 ‘4대강과 모든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후보 지지’라는 표현이 민감한 반응을 낳았습니다만.

“선거라는 것은 투표자 모두에게 후보들 중 선택할 수 있는 근거를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좋은 후보냐, 나쁜 후보냐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투표행위의 판단 근거인 사실들과 단체장 후보자들이 가지는 성향 등은 국민들이 알아야 합니다. 이번 선언은 사제들이 단체로 뭐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제적 양심에 따라 개인적으로 알아서 하는 것입니다.”

- 선언의 내용들에 대한 구체적인 활동계획은 세우고 있습니까.

“이미 지난해부터 4대강 권역별에 위치한 교구들이 연합해 각각 4대강 공사현장 등에서 생명평화 미사를 봉헌해오고 있습니다. 사제선언을 계기로 생명평화 미사 봉헌이 더 활발해질 것입니다. 오는 22일 전남 나주 영산강 승천보 공사현장에서 천주교연대이름으로 규모가 이전보다 큰 미사가 봉헌될 예정입니다. 4월19일에는 금강에서 예정돼 있고요. 앞으로 지역 교구들의 미사는 계속되면서, 동시에 천주교연대 이름으로 4대강을 돌아가면서 현실이 이렇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미사가 올려질 것입니다. 4대강 사업 전면 재검토를 위한 국민서명운동도 벌여 나갈 것입니다. 지금 정부의 행태를 보면 그야말로 현행 법들을 ‘개무시’하고 있습니다(조 신부는 ‘개무시’라는 표현을 거듭 강조했다). 역대 어느 정권도 이러지 않았습니다. 이미 사업을 해놓고는 법을 바꾸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한심한 일이죠. 교우들에게 사제적 양심으로 사실을 알리고, 사실을 바탕으로 교육활동도 펼칠 생각입니다. 언론사들을 방문, 사실을 제대로 보도해주도록 요청하는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해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심사숙고해서 활동안을 마련할 것입니다.”

- 종교의 사회적 참여와 관련, 천주교연대의 4대강 사업저지 활동을 비판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사실은 정부의 태도변화를 많이 기다렸습니다.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 재야 등이 숱하게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정부는 무시했습니다. 국민들 중에서도 4대강을 살린다는데 왜 반대하느냐며 무관심한 분들도 있습니다. 정부의 현란한 말 바꾸기에 현혹된 겁니다. 종교인의 양심으로 볼 때 국민의 당연한 알 권리가 막히고 있다고 봅니다. 정부와 메이저 언론들이 국민의 알권리를 훼손하고 있는 셈이죠. 국민이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우리 사제들이 나설 경우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사제들은 양심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 불교계, 개신교계, 원불교 등 다른 종교들도 4대강 사업 반대활동을 나름대로 하고 있습니다. 타종교와의 연대도 합니까.

“당연히 해야겠죠. 이미 하고 있는 경우도 많고요. 여러가지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하면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들을 널리 알려나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부에 맞서 고통을 분담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부의 태도 변화가 있을까요.

“예측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알았을 때,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죠. 정부가 올바른 정책 수행과 집행을 하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어떡하든 막을 수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의 활동은 4대강 사업이 중단될 때까지 계속됩니다. 왜냐하면 나중에, 역사적으로 책임자를 가려 책임을 지워야 하니까요. 아마 좋은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봅니다.”

- 신자와 국민들께 한말씀 하신다면.

“4대강 사업에 대해 우선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왜 사제들을 비롯해 종교인들까지 이렇게 나서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지, 왜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는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관심만 가진다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료들, 드러나고 확인되는 사실들이 많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난 역사 동안 개발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에 젖어버렸습니다. 지금 이 시기에, 우리의 이런 본모습을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물질·개발지상주의에 매몰되다보니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기쁨이 무엇인지, 삶의 가치, 자연환경과 인간과의 관계는 어떤지 등을 살피지 못하고 너무 힘들게만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사제선언은 우리가 자리하고 있는 이 상황을 한번 돌아보자는 의미도 있습니다.”

▲ 조해붕 신부는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조해붕 신부(48)는 1992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이후 서울 미아5동·신림4동 성당 보좌를 역임한 뒤 97년부터 3년 동안은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에서 현지 원주민을 대상으로 사목활동을 벌였다. 귀국 이후 성모병원 사목을 거쳐 2004년부터 문래동 성당 주임신부를 지냈다. 지난해 9월 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다가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상임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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