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윤리경영전문가 및 준법담당자 협회’ 키스 다시 사무총장

2010.03.22 17:28 입력 2010.03.22 22:53 수정
정리 | 안치용 사회책임 전문기자

“윤리·정직의 문화에 충실한 기업은 고객 충성도 높아져”

장영철 경희대 교수 대담

‘피터드러커 소사이어티’ 초청으로 방한한 미국 ‘윤리경영전문가 및 준법담당자 협회(ECOA)’ 키스 다시 사무총장이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ERISS) 주선으로 17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에서 장영철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피터드러커 소사이어티 공동대표)와 대담을 나눴다. 한국과 미국에서 대표적인 윤리경영 전문가로 통하는 두 사람은 최근 윤리경영의 동향과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편집자 주

미국 윤리경영전문가 및 준법담당자협회(ECOA) 키스 다시 사무총장(왼쪽)이 지난 17일 서울 경희대에서 장영철 경희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미국 윤리경영전문가 및 준법담당자협회(ECOA) 키스 다시 사무총장(왼쪽)이 지난 17일 서울 경희대에서 장영철 경희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장영철 교수(이하 장영철)=전문가들에겐 익숙한 개념일지 모르나 아직도 윤리경영과 준법활동(Compliance)이란 말이 대중에겐 익숙지 않다. 윤리경영 및 준법활동 전문가로서 그 필요성을 설명한다면.

키스 다시 사무총장(이하 다시)=과거 수많은 부정과 위법 사례들로 인해 정부·기업조직·수많은 사회지도자, 심지어 시장에 대한 일반대중의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됐다. 10년 전 미국에서 엔론·월드컴·타이코 같은 기업들에 대해, 아시아에선 삼성·라이브도어(Livedoor)·중국은행 등에 대해, 유럽에선 로열더치 셸·폭스바겐 같은 기업들에 대해 대중이 인내의 한계를 느끼게 할 사건들이 끊이질 않았다. 이 기업들은 절제되지 않은 자기 이득추구의 표상으로 각인되기에 이르렀다. 세계 도처로 몰아친 작금의 경제위기 또한 같은 맥락이다. 지멘스 등 유수의 기업에서 발생한 일련의 상식 밖 추문은 기업의 위기를 넘어서 사회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경험하면서 오늘날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진정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절감했을 것이다.

장영철=ECOA는 어떤 단체인가.

다시=18년 전 미국의 양형선고위원회(USSC)는 과거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의 기업책임 의무에 대해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도록 한 일련의 조치를 공표했다. 이사회와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책무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효과적인 윤리·준법프로그램을 개설한 기업들에 대해선 책임과 책무의 부담을 줄여주는 조치를 위원회는 병행했다. 이와 같은 ‘당근과 채찍’ 접근방법이 기업 윤리운동이 전개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본다. 내가 몸담고 있는 미국 윤리경영전문가 및 준법담당자협회(ECOA)도 미국양형선고위원회의 공표에 즈음해 창설됐다. 초창기 19회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6개 대륙에 걸쳐 1200회원으로 성장했다.

장영철=미국·아시아·유럽 등 세계에서 전개되고 있는 윤리경영과 준법활동 동향을 소개해 달라.

다시=많은 국가들이 미국의 엄중한 법적인 조치를 옹호하기를 꺼리고 있지만, 한국 일본 등의 국가들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절하고도 효과적인 법규 및 규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가 자본을 유치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요소가 되고 있음은 유의해야 할 점이다. 과거 10년에 걸쳐 시장은 부정에 연루된 기업·기관들에 즉각적이고도 매우 단호한 면을 보였다. 시장이 이처럼 단호하게 응징하는 모습을 보이자 기업에 평판과 명성의 위기는 전략·운영·재무의 위기 못지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많은 국가들에서 규제강화가 진행되는 것과 동시에 부패와 비리에 대응하는 비정부기구(NGO) 및 민간부문의 세계적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부패척결을 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의, 부패척결 유엔회의(UNCAC), 국제상공회의소의 반부패 이니셔티브, 부패척결 미주기구(OAS)회의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세계경제포럼의 ‘부패척결 파트너 이니셔티브(PACI)’ 같은 민간부문의 자발적 이니셔티브도 전개되고 있다. 이 밖에도 민간·공공부문의 파트너십을 통한 비리·부패문제 타개 노력이 여러 방면으로 추진되고 있다.

장영철=지역적으로나 국제적으로 다양한 접근방법이 모색됐고, 또 활발한 진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아시아에서 윤리준법활동이 성공을 거둔 사례들도 점차 발견되고 있다. 눈여겨볼 만한 사례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다시=15년 전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가 지속성장 기업들에 대한 괄목할 만한 책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을 집필했다. 이 책은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발전한 기업이 되기 위한 핵심요인들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들의 조사연구에 의하면 가치관에 입각한 강한 문화가 브랜드 충실도(Brand promise)와 긴밀하게 연계된 기업들이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발전했다. 유의할 점은 브랜드 충실도가 브랜드 관리와는 다른 개념이라는 사실이다.

장영철=그렇다. 브랜드 관리는 브랜드 인식과 시장점유도를 일컫는 것이나, 브랜드 충실도는 ‘특정 기업·기관들이 고객들로 하여금 항상 변함없는 경험을 하게끔 제품·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기대감을 뜻한다.

다시=따라서 브랜드 충실도는 ‘관계’에 관한 것이고 그로부터 생겨나는 기대들에 관한 것이다. 매우 탁월한 브랜드 충실도를 보이고 있고 이를 그들의 문화와 연계시키는 기업들을 예로 들자면, IKEA, 스타벅스, LG전자, 삼성전자, SK그룹, 미셀린, 한전, 포스코, 풀무원, 삼성테스코 등으로 그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가치관에 충실한 기업활동이 모든 이해관계자들과의 결속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관건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장영철=기업윤리,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경영 등 다양한 용어들이 혼용되고 있다. 이 개념들의 상호연관성을 대중이 이해하기 편하게 설명한다면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다시=지난 20여년에 걸쳐 기업윤리운동이 부각되고 더욱 명확히 개념화한 반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전개는 최근까지도 개념정의를 확립하는 데 많은 논쟁이 있다. 사회책임 운동은 수년간에 걸쳐 기업들에 새로운 기준에 맞춰 경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사회문제에 매우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NGO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사회책임은 중추적인 비전이나 개념에 걸맞은, 명확히 정의된 사업기회에 대한 제시가 결여돼 개념상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약 20년 전 캐논의 최고경영자 가쿠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교세이(Kyosei)원칙’에 대해 글을 썼다. “공동선을 위해 살고 일한다”는 원칙이다. 이 글에서 그는 기업의 사회책임을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공유하며 일하는 기업문화에 내재되어야 할 ‘삶의 철학’이라고 보았다. 최근 들어서는 기후변화와 지구 지속가능성의 문제들이 부각되면서 지속가능경영이 기업의 사회책임 의제 중에서 우선순위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다양한 관심사들이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시점임을 감안할 때 기업윤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지속가능경영을 맥락을 같이하는 대화의 부분들로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화의 핵심은 기업이 고객·종업원·주주·공급자(하청업자)·규제기관·세계공동체 등 이해관계자들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삶의 철학’을 채택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장영철=윤리경영은 이른바 전통적인 주주가치에는 위배된다고 주장하는 극단적인 견해도 있다. 나는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수 있고 이뤄야 한다고 믿는다.

다시=앞서 언급했듯 비리와 부정부패에 연루된 기업들은 시장과 투자자들로부터 즉각적인 응징을 당한다. 윤리와 정직의 문화에 충실한 기업들은 유능한 인재들의 이탈이 현저히 낮아질 뿐만 아니라 고객과 주주들의 충성도가 점증하게 됨으로써 지속적 성장을 위한 기반을 확고히 해 나갈 수 있게 된다고 본다.

장영철=기업윤리를 실천에 옮기는 데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시=CEO의 견해는 ‘정직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있어서 핵심적이다. 이사회 구성원들로부터 시작해 고위 임원들에게까지 폭넓게 공유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문화가 중간계층과 하부의 직원들에게까지 뿌리 깊고 견고하게 스며들기 위해선 그들이 경영진의 조치·행동·의사결정들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무엇이 수용가능한가를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그들의 감독자들의 행동을 항상 주의깊게 지켜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할 것이다.

장영철=위에서 아래로의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상호관찰과 상호납득을 통해 조직 전체가 하나가 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이 같은 상호성은 경영진과 간부의 솔선수범과 정직문화의 체화를 전제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다시=그렇다. 이러한 분위기가 조직내부에서 수용되고, 상호 공유하는 가치를 확인하는 소통의 과정이 경영진의 솔선수범으로 추진될 때 정직의 문화와 기업윤리가 정착되는 것이다. 기업윤리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해야 하는 것이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 말들은 공허한 장식에 지나지 않게 된다. 경영진이 말하는 것과 그들이 행동하는 것 간의 괴리는 윤리적 문화를 구축하는 데 크나큰 저해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장영철=윤리경영을 조직 내에 뿌리내리게 하려면 말하자면 내부적인 마케팅이 필요하지 않은가.

다시=좋은 얘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은 구성원들 사이에서 회자할 만한 모범적 행동의 주인공, 즉 ‘윤리 챔피언’들을 찾아내야 한다. 사람들은 전래되는 이야기들, 특히 그 바람직한 행동이 조직 내에서 보상을 받은 것에서 학습하게 된다. 다양한 전달도구들을 통해 접하게 되는, 별로 지혜를 담고 있지 않은 전자 메시지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세상에서는 더더군다나 이야기의 강력한 전파력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장영철=윤리와 준법을 확산하기 위해 대학의 역할과 기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다시=근본적으로 대학의 책무는 지구사회를 위해 일할 윤리적이고 사회책임 의식을 갖춘 지도자들을 육성하는 것이다. 빈곤·학살·지구온난화 등 형언할 수 없는 사회적 도전들을 상기할 때 이 세상에서 대학 본연의 사명을 감당한다는 게 얼마나 막중한 일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도전들을 감당할 인재들이 배출될 곳이 대학이다.

장영철=대학생의 보수성을 얘기하지만, 세계 도처에서 적잖은 대학생들은 무엇인가 사회와 인류문명을 위해 기여하고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열망을 갖고 대기하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다시=대학을 포함해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가르쳐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경제·경영뿐 아니라 수학·과학·역사 등 가치있고 정돈된 기존 학문들일까. 내 생각에 “(젊은이들이) 늙고 머리가 희끗해져서 숙면에 빠지게 될 때쯤(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풍요로운 삶을 위해 돈을 버는 법을 배웠다는 것보다는 선한 삶을 사는 법을 배웠다”고 젊은 날을 회고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우리 기성세대의 책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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