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태자당·상하이방 연합 6명으로 공청단 압도… 여성에겐 ‘높은 벽’

2012.01.31 19:55 입력 2012.02.01 02:15 수정
글 홍인표 http://inpyohong.khan.kr

오는 10월 열리는 제18차 중국 공산당 대표대회를 앞두고 중국 공산당 지도부 인선이 숨가쁘게 이뤄지고 있다. 이들을 중국 공산당 ‘제5세대 지도부’라고 한다. 그렇지만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계파 간 철저한 거래를 통한 막후 절충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관심이 높은 중국 최고 지도부 교체는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

중국의 최고 지도부는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말한다. 전체 9명이다. 중국 공산당에서 정치국 위원이 되면 외국에 나갈 때 전용기를 이용한다. 우리나라 총리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구성하는 상무위원은 홀수다. 7명이거나 9명이다. 각자 1표씩 투표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하려면 홀수라야 한다. 물론 끝까지 표결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거중조정을 통해 통과시킬 자신이 없는 의안은 알아서 포기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베이징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로는 최고 지도부 판도가 얼추 다 짜여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당 서열 1위인 공산당 총서기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차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당 서열 3위인 총리는 리커창(李克强) 상무 부총리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e-세상 속 이 세상]중국 태자당·상하이방 연합 6명으로 공청단 압도… 여성에겐 ‘높은 벽’

그럼 당 서열 2위이면서 입법기관 수장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은 누구에게 돌아가느냐. 이 자리는 태자당(공산당 전직 고위관료의 자제) 출신인 위정성(兪正聲) 상하이시당 서기가 차지할 전망이 높다. 위 서기는 1945년생으로 나이가 걸림돌이었지만 정년 커트라인인 45년생까지는 봐주는 바람에 행운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그는 5년 단임으로 임기를 마치고 퇴진해야 한다. 서열 4위로 국정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은 장더장(張德江) 부총리가 차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자리는 장가오리(張高麗) 톈진시당 서기가 유력했으나,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장쩌민 전 주석의 측면 지원에다 김일성 종합대학 유학생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이 먹혀든 것으로 보인다.

서열 5위이며 당내 선전기관을 총괄하는 선전 담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류윈산(劉雲山) 당중앙선전부장이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류 부장은 소수민족 몽골족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 당 서열 6위인 국가 부주석은 리위안차오(李源潮) 당중앙조직부장이 맡게 된다. 리위안차오 부장은 당내 인사·조직을 총괄하는 당중앙조직부장이라는 요직을 무난히 마친 공을 인정받았다.

당 서열 7위인 상무 부총리는 총리 후보로 리커창과 물밑 경합을 벌였던 왕치산(王岐山) 부총리가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왕 부총리는 야오이린 전 부총리의 사위로 태자당인데다 경제부문 수장을 두루 맡은 경제통이다. 경제가 약한 리커창 총리를 도와 국무원 업무를 총괄 지원하게 된다.

당 서열 8위이며 최고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는 정치 스타로 급부상한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당 서기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보 서기는 그동안 언론의 각광을 가장 많이 받았다. 공산당 홍색혁명을 강조하는 다양한 문화사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공직자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해 시민들의 큰 호응도 이끌어냈다. 그가 당중앙기율검사위 서기를 맡을 경우 공산당은 또 한번 부패와의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열 9위인 당중앙정법위 서기는 멍젠주(孟建柱)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의 몫이 될 전망이 높다. 그동안 정법위 서기는 왕양(汪洋) 광둥성당 서기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멍 부장은 현재 중앙정법위 부서기다. 저우융캉(周永康) 정법위 서기가 물러나고, 넘버 2인 왕러취안(王樂泉) 부서기도 연내 정년으로 물러난다. 넘버 3인 멍 부장이 정법위 서기에 오르는 것이 순리라는 게 정설이다. 물론 현직 정치국 위원도 아니면서 중앙위원에서 막바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진입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현재로서 멍 부장이 다크호스다. 당기율검사위는 직접 당간부들의 조사를 맡지만, 정법위는 경찰이나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을 통괄 지휘하고 있다.

9명의 신임 정치국 상무위원이 얼추 모습을 드러냈다. 그럼 이들의 출신 성분을 살펴보자. 시진핑은 측근 몇명을 정치국 상무위원에 포진시켰을까. 태자당으로는 위정성, 왕치산, 보시라이 3명이 있다. 시진핑과 합쳐 태자당은 4명이다. 장쩌민 전 주석의 측근 인물로 구성된 상하이방은 장더장과 멍젠주 2명이다. 반면 리커창은 어떤가. 공청단 출신은 류윈산, 리위안차오 2명이 있다. 리커창과 합쳐 공청단은 3명이다.

그래서 중국 최고 지도부는 시진핑과 가까운 태자당 4명 대 리커창의 공청단 3명, 상하이방 2명으로 크게 나눌 수 있겠다. 상하이방은 태자당과 가까운 만큼 태자당과 상하이방 연합이 6명으로, 공청단 3명을 앞서고 있다.

이 구도에서 빠진 유력 인사는 누가 있을까.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중앙정법위 서기로 거론되던 왕양 광둥성당 서기다. 왕 서기는 광둥성으로 오기 직전 충칭시당 서기로 있었다. 따라서 후임자인 보시라이 서기와 종종 비교된 바 있다. 왕 서기는 공청단 출신이고, 후진타오 주석의 측근이다. 반면 보시라이 서기는 태자당 출신에, 장쩌민 전 주석의 지원을 받는다. 왕 서기는 행복을 강조하는 반면 보 서기는 홍색 혁명을 중요하게 여긴다.

왕 서기가 이번 최고 지도부에 들어가지 않는다 해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나이(1955년생)가 젊기 때문에 5년 뒤 정치국 상무위원을 노릴 수 있다. 지금 당장 상무위원에 진입하기 힘든 데에는 문책의 성격도 있다. 경제가 발달한 광둥성에서는 근로자 시위와 농민 시위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하지만 공청단 대표주자라는 점에서 그는 언제든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여성 정치인으로는 최고위직인 류옌둥(劉延東) 국무위원(정치국 위원 겸임)도 상무위원 진입에 실패했다는 게 정설이다. 정치국 상무위원이 된 여성은 아직 없다. 마오쩌둥 주석의 부인인 장칭(江靑)도 정치국 위원에 머물렀다. 그만큼 여성들에게는 공산당의 문턱이 아직 높다.

장가오리 톈진시당 서기도 물망에 올랐지만 최종 명단에서 빠진 것으로 보인다. 그가 다크호스가 된 것은 톈진의 빈하이 신구 덕분이다. 국가급 공단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빈하이 신구를 보기 위해 당 지도부가 자주 출장을 가면서 그에게 상무위원 진입 기회를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지도부가 빈하이 신구를 자주 보러간 것은 장 서기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베이징에서 가깝다는 지리적인 요인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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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경향신문 국제부장으로, 8년 동안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중국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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