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속도 5030을 위한 변론

2021.04.15 03:00 입력 2021.04.15 03:04 수정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4월17일은 교통안전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언하는 날이다. 전국적으로 도시부 도로의 제한속도가 시속 60㎞에서 50㎞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미 부산과 서울 등 많은 도시가 안전속도 5030이라는 이름으로 제한속도를 낮추었지만 이젠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한속도를 낮추는 정책에 대한 반감은 크다. 도로는 차를 위해 만든 건데 넓은 도로에서 제한속도를 낮추는 건 낭비라 주장한다. 제한속도를 낮춰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일 거면 더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다. 정부가 국고를 채우기 위해 만든 정책이라는 음모론도 있다.

안전속도 5030정책이 논란인 이유는 도로가 차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에 제동을 걸기 때문이다. 원래 도로의 주인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차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점점 차는 달리기 편해졌고 사람은 위험해졌다. 실제로 넓은 길을 건너다 차에 치이는 사람이 많다. 보행 중 사망하는 사람이 2019년에만 1302명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보행자 사고비중이 가장 높다. 이 결과는 도시부 도로의 높은 제한속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다른 회원국은 대부분 시속 50㎞ 이하이기 때문이다.

안전속도 5030정책은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다. 제한속도를 시속 60㎞에서 시속 50㎞로 10㎞만 낮춰도 차와 충돌한 보행자의 사망 가능성이 40%나 줄어든다. 시속 30㎞로 낮추면 사망 가능성은 10% 이하로 떨어진다. 제한속도가 낮아진다고 해서 통행시간이 크게 늘지도 않는다. 최근 경찰 발표에 의하면 제한속도 하향이 이루어진 전국의 11개 대표 구간에서 차량의 운행속도는 시행 전 시속 33.1㎞에서 시행 후 32.1㎞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도시부 도로에는 교차로와 횡단보도가 많기 때문이다. 전체 통행시간의 약 50%가 교차로 신호 대기시간이다. 출퇴근 시간에는 비중이 더 높아진다. 제한속도가 낮다고 통행시간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이유다.

도시부 도로 제한속도 하향 정책은 과태료나 범칙금을 더 걷기 위한 정책도 아니다. 정책 시행 초기에는 과속 단속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곧 정상을 되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안전속도 5030정책은 도로의 주인이 누구인지 질문한다. 차인가? 사람인가? 사람이 죽어 나가는 걸 알면서도 차만 위할 수는 없다. 차에 치인 사람이 운이 없거나 뭔가 실수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일이 아니다. 누구든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가 된다. 우리 모두 운이 없거나 실수를 할 수 있는 사람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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