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수출규제 2년, 다시 높아지는 일 의존도

2021.06.27 20:57 입력 2021.06.27 21:09 수정

일본이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갑작스럽게 규제한 지 만 2년이 돼 간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던 당초 우려는 현실화하지 않았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입처 다변화와 국산화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일본산 소재와 부품 수입이 크게 늘면서 대일 무역적자 폭도 커지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국의 경제 체질을 바꿀 전화위복 기회라고 했지만, 일본 의존도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올 들어 5월 말까지 한국은 일본과의 무역에서 100억1853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한국의 최대 무역적자 국가인데, 현 추세라면 올해는 지난해 적자규모(209억2538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짙다. 올해 대일본 수출이 6.6% 증가한 사이 수입은 17.8% 급증한 영향이다. 일본 수입품의 절반 이상은 중간재이다. 불화수소를 제외하면 일본 수출규제 품목에 대한 의존도 역시 여전하다. 1~5월 불화수소 일본산 의존도는 13.0%로 2019년 1~5월의 43.9%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반면 포토레지스트 의존도는 6.7%포인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0.1%포인트 낮아졌을 뿐이다.

국내 일부 인기 차종은 주문 후 1년 뒤에나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최근 수급난이 심해졌다. 차량용 반도체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생산 세계 5위 한국은 차량용 반도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왔다. 독보적인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보유한 국가나 기업이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수출하는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으로서는 그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일본 수출규제를 소부장 국산화 계기로 삼은 것처럼 뒤늦게나마 한국이 차량 반도체 국산화에 발벗고 나선 것은 다행이다. 글로벌 분업화가 보편화했음에도 각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조치도 서슴지 않는다. 올 들어 대일 무역적자가 커지는 상황이 걱정스러운 것은 그들이 또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해법은 수출규제와 같은 충격에 맞닥뜨려도 대응할 수 있도록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핵심 기술 투자와 연구·개발, 수입망 재구축 등은 단기간에 성과를 보기는 어렵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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