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쇼트트랙의 편파 판정, 중국은 올림픽 정신 말할 수 있나

2022.02.08 20:56 입력 2022.02.08 21:11 수정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잇따른 편파 판정 의혹으로 얼룩지고 있다. 지난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한국의 황대헌, 이준서 선수가 각각 조 1,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레인 변경 반칙을 했다는 이유로 실격했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은 기술을 반칙으로 판정한 것이어서 비난이 일고 있다.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한국 선수들이 탈락한 대신 뒤따라 들어온 중국 선수들이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도 헝가리의 사올린 산도르 류 선수가 가장 먼저 들어왔지만 반칙 판정을 받았다. 개최국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연속 편파 판정은 중국에 금·은메달을 선사했다.

편파 판정은 한국이나 헝가리 등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다. 앞서 중국은 지난 5일 치러진 혼성계주에서도 자국 선수들이 터치를 하지 않았는데도 한 것으로 판정해 우승을 안겼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 언론들도 쇼트트랙 판정을 문제 삼는 것은 당연하다. ‘아수라장’(AP통신), ‘논쟁의 장’(캐나다 야후스포츠), ‘혼돈의 레이스’(로이터통신), ‘판정 의혹 속출’(도쿄스포츠) 등으로 판정이 석연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회 전부터 우려되던 홈팀 중국의 텃세가 현실이 되었다는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가 소개하고 있는 올림픽 정신의 가치는 탁월함(excellence)·우정(friendship)·존중(respect)이다. 하지만 베이징에서는 지금까지 올림픽 정신 중 어느 것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양수안(楊樹安)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것은 순위가 아니라 참여이며, 기록 경신과 금메달 획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이룬 진보”라고 했다. 어처구니없는 유체이탈 화법이다. 전 세계 젊은이들을 불러 지구촌 화합의 장을 연다고 해놓고 반목과 불신의 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대한체육회와 한국선수단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남자 1000m 준결승 판정을 제소하기로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중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도 올림픽 정신을 훼손해서는 안 되며, 어떤 선수도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만 엄중히 대응하는 것과 감정적 대응은 다르다. 이번 편파 판정에는 강력하게 대응하되 국수주의로 흐르거나, 이를 구실 삼아 국내 반중정서를 키우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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