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일 의원총회에서 현재 당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의총이 끝난 후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당이 비상상황이라는 데, 극소수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의총에선 당대표 궐위 또는 최고위 기능 상실 등 비상상황 발생 시 비대위를 둘 수 있도록 한 당헌·당규 96조를 근거로 비대위 출범을 사실상 추인했다. 상임전국위원회 및 전국위원회 의결절차가 남아 있고 이준석 대표 측 반발도 예상되지만, 당 체제 변화의 첫발을 뗀 셈이다. 대통령실과 정부도 대대적 쇄신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부터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3연승을 거둔 국민의힘이 집권 80여일 만에 비대위 체제를 맞게 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집권여당 핵심 인사들은 오로지 권력을 잡으려는 내부 다툼에 몰두했다. 특히 ‘윤핵관’들은 국민의 삶을 돌보기보다 윤 대통령의 ‘심기 경호’에만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당이 혼란에 빠지고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제라도 윤핵관들은 당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 비대위 구성 과정에서 권력투쟁이 재연된다면 위기는 더 깊어질 것이다.
국민의힘 비대위 체제 전환은 여권 쇄신에서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지금 윤석열 정권이 맞닥뜨린 위기의 진원지는 윤 대통령 자신이다. 더 이상은 문재인 정권에 책임을 돌릴 수 없다. 당장 시급한 것은 대통령실 참모진 개편이다. 지지율 급락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되는 ‘인사 참사’ 책임부터 물어야 한다. 검찰 출신으로 구성된 인사라인을 물갈이함으로써 국민 앞에 쇄신 의지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 특별감찰관도 조속히 임명해 공적 윤리를 세워야 한다. 내각 개편도 검토할 때다. 반대 여론이 높은 경찰국 신설을 강행하고 경찰서장 회의를 ‘쿠데타’에 비유한 행정안전부 장관, 섣부른 ‘취학연령 하향’ 발표로 평지풍파를 일으킨 교육부 장관을 이대로 놔둘 텐가.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휴가가 끝나면 뭘 할 거다, 어떤 쇄신을 한다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데, 근거가 없다”며 선을 그었는데, 이런 참모야말로 쇄신 대상에 해당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 파동 이후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지 않았다. 다음주 휴가를 마치고 첫 출근을 하는 날엔 기자들 앞에 서야 한다. 낮고 겸허한 태도로, 민심을 존중하고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