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총기·화재에…루슈디보다 먼저 살해·공격당한 번역가들

2022.08.14 21:44

호메이니 ‘파트와’ 공표 이후

일본·이탈리아·터키 등서

‘악마의 시’ 출판 관계자 피습

1990년대 사건들 재조명

지난 12일(현지시간) 벌어진 작가 살만 루슈디 피습 사건을 계기로 그의 소설 <악마의 시> 번역자들에 대한 공격 사례도 재조명되고 있다.

<악마의 시>를 일본어판으로 옮긴 번역가 이가라시 히토시 피살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는 1991년 일본 도쿄 소재 쓰쿠바대학에서 강연을 마치고 연구실을 나가던 중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경찰은 이가라시의 목, 얼굴, 손 부근에서 자상이 발견됐으며 그의 가방이 찢겨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의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악마의 시>를 쓴 루슈디를 이슬람 신성모독 혐의로 살해하라는 파트와를 공표한 이후 이 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했다. 이 때문에 종교적 이유가 범행 동기가 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본어판 출판사 신센샤가 이슬람 무장세력으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았고, 이가라시 역시 한동안 경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일본 경찰은 <악마의 시> 번역과 피습의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용의자를 한 명도 검거하지 못했고 결국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았다. 다만 1998년 잡지 ‘데일리신조’는 쓰쿠바대학의 한 방글라데시 학생이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일본과 이슬람 국가 간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 윗선의 압력으로 무마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악마의 시> 이탈리아판 번역가 에토레 가프리올로는 이가라시 피습 수일 전 자신의 아파트에서 흉기에 찔렸다. 1993년엔 터키 소설가 아지즈 네신이 지역 신문에 <악마의 시> 번역문을 발표한 이후 머물던 호텔에 화재가 발생해 가까스로 도피했다. 이 사건으로 37명이 숨졌으며 이후 터키 법정은 공격에 가담한 33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노르웨이판 <악마의 시> 발행인 윌리엄 니가드는 1993년 오슬로 자택 인근에서 3발의 총상을 입었다. 경찰은 용의자의 신상을 밝히지 않았지만, 니가드의 변호인은 “이란 출신의 전 외교관 등 2명이 기소됐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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