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노동자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올 정기국회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의당은 15일 기존 발의안에 적용 대상을 하청과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노동자 등에까지 확대한 노란봉투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46명도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와 하이트진로 화물기사 파업 후 사측이 수십억~수백억원의 손배소를 낸 것에서 보듯, 손배소 제기는 노조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족쇄로 작용해왔다. 이제 이런 악습을 개선하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국회는 이 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사측은 그동안 노동자들의 재산·임금을 가압류하는 행태를 상습적으로 자행했고, 이 때문에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2003년 분신한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는 유서에 “약 6개월 이상 급여 받은 적이 없지만, 이틀 후 (월급날) 나에게 돌아오는 돈은 없을 것”이라고 썼다. 2012년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씨는 유서에서 “가진 자의 횡포에 졌다”고 절규했다. 지난 30여년간 노동자들에게 청구된 손해배상 청구액이 모두 3160억원이라고 한다. 상식적으로 받을 수 없는 거액의 소송을 하는 자체가 헌법이 보장한 파업권을 무력화시키는 반헌법적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쌍용자동차 파업노동자들에게 2014년 47억원의 손해배상액이 청구된 것을 계기로 19대,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재계와 보수정당이 반대하고, 민주당도 무관심했다. 이번에도 여야 간 합의 처리는 어려워 보인다. 재계 단체들은 또다시 법 개정 반대운동을 펴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강성노조 불법행위 운운하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쟁의행위에 대한 보복적 손배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에만 존재하는 반헌법적인 노동탄압 방식이다. 국회와 정부는 이를 부끄럽게 여기고 법 개정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정의당의 노란봉투법 외에 민주당도 5건의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전해철 환노위원장은 전날 경제5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파괴 행위를 제외한 (쟁위에 대한) 손배를 제한하자는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필요한 입법을 하려 하고, 노란봉투법도 그중 하나”라고 했다. 여야는 손배소가 가능한 불법 파업 범위, 소송 대상 범위와 액수한도에 대한 실질 논의를 통해 타협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