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이 불거진 이후 핵심 관련자에 대한 첫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은 8일 곽 전 의원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는 유죄로 인정해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으나, 국민 법감정과는 유리된 판결이 아닐 수 없다.
곽 전 의원은 화천대유에서 6년간 근무하다 퇴사한 아들의 퇴직금·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세금 등 제외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되려 하자 곽 전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해 이를 막아주고, 그 대가로 김만배씨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의 아들에게 화천대유가 지급한 50억원은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면서도 “50억원이 알선과 연결되거나 무엇인가의 대가로 건넨 돈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곽 전 의원 아들이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하는 점을 들어 “아들이 받은 이익을 피고인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납득하기 힘든 판결이 나온 데 우선적으로 책임져야 할 곳은 검찰이다. 검찰은 대장동 수사 과정에서 이른바 ‘50억 클럽’ 수사에는 손을 놓다시피 했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씨가 김만배씨와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에는 50억원씩 줘야 하는 대상으로 곽 전 의원과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박영수 전 특별검사,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의 실명이 거론됐다. 그럼에도 곽 전 의원 외에 다른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검찰은 결국 유일하게 기소한 곽 전 의원마저 혐의 입증에 실패하고 말았다. 50억 클럽 멤버 대부분이 법조계 거물임을 감안하면 ‘제 식구 감싸기’에 따른 부실 수사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판결문을 상세히 분석한 후 적극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다짐이 허언에 그쳐선 안 될 것이다. 곽 전 의원은 물론 다른 50억 클럽 인사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