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강자 없는 그리스 총선, ‘문화재 반환’ 문제 변수 되나

2023.05.21 14:39 입력 2023.05.21 15:37 수정

집권 신민주당 30%대 저조한 지지율

‘엘긴 마블’ 연결고리로 연정 대상 물색

열차 충돌 참사·경제난 등 유권자 싸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아테네에서 진행된 신민주당(ND)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양손을 들어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아테네에서 진행된 신민주당(ND)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양손을 들어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리스 국회의원 총선거가 21일(현지시간) 진행된 가운데 문화재 반환 문제가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그리스는 특정 정당이 의회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연립정부를 구성하거나 재투표를 치러야 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 신민주당(ND)이 30%대의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하자 당내에선 문화재 반환을 연결고리로 연정 상대를 찾으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그리스 총선은 미초타키스 총리의 중도보수 신민주당과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가 주도하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각축전 양상을 띠었다. 전·현직 총리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지만, 양쪽 모두 선거 날까지 확실한 우위를 점하진 못했다. 최근 유럽선거 여론조사에서 신민주당은 36.6%, 시리자는 29.5%의 지지를 얻었다.

그리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 대표인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남부 파트라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리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 대표인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남부 파트라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리스 의회 총원은 300명으로 1990년 이후 최다 득표 정당에 50석을 ‘보너스’로 얹어주는 제도를 유지해왔다. 지금까진 저조한 득표율이라도 1위를 차지하면 비교적 쉽게 과반을 확보해 집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이 제도를 폐지했다.

신민주당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마땅한 경쟁자가 없다는 이유로 과반을 자신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 2월 57명이 사망한 최악의 열차 충돌 참사가 발생했고, 이는 그리스 전역의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만까지 쏟아지면서 신민주당은 결국 총선 직전까지 30%대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뉴욕타임스(NYT)는 신민주당이 중도좌파 범그리스사회운주의운동(PASOK·파속)과 연정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당의 이해관계는 문화재 반환에서 맞아떨어졌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2020년부터 영국이 19세기 그리스 아테네에서 가져간 ‘엘긴 마블’을 돌려받는 협의를 진행해왔다.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에 전시 중인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외벽 조각물 ‘엘긴 마블’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에 전시 중인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외벽 조각물 ‘엘긴 마블’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엘긴 마블은 기원전 5세기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외벽에 만들어진 200여점의 조각물로, 영국은 1801년부터 5년간 런던으로 옮겨와 대영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엘긴 마블 조각 전체를 받은 뒤 최소 20년간 그리스에서 보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반면 영국은 전체가 아닌 일부 조각을 단기로 빌려주겠다며 버텼다. NYT는 “그리스 총선 결과가 불투명해지면서 반환 협의가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내가 재선돼야 엘긴 마블을 돌려받을 추진력이 생긴다”고 강조하며 파속에 러브콜을 보냈다. 파속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3당이 유력한 상황이다. 파속 관계자는 NYT에 “엘긴 마블은 그리스 정체성의 일부로 영국은 반드시 반환해야 한다”면서도 “국가적인 문제가 비밀 외교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신민주당을 압박했다.

AFP통신은 이러한 신민주당의 행보에도 연정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오는 7월 재선거에 무게를 실었다. 문화재 반환 문제가 냉담한 유권자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열차 충돌 참사와 경제난, 참신한 인물 부족 등의 이유로 이번 총선 투표율이 2019년 총선에서의 57.78%를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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