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만 있고 끝은 없는 미술잔치

2011.10.31 21:12 입력 2011.11.01 17:30 수정
부산 | 유인화 선임기자

“비 때문에 꼼짝할 수 없습니다.”

지난 9월30일부터 10월21일까지 송도해변에서 열린 부산 바다미술제는 다른 미술제와 달리 미술품을 철거하는 마무리 작업도 볼거리였다. 야외 전시의 출품작의 대부분이 대형 설치물이기 때문이다. 14만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이번 바다미술제(운영위원장 이두식)는 격년제로 부산 비엔날레와 번갈아 열리는 첫 행사여서 시민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그런데 지난달 22일 바다미술제가 열렸던 부산 송도에서 미술제 관계자들은 망연자실했다. 29점의 설치물을 철거해야 하는데, 3일 동안 비바람이 부는 최악의 상황으로 철거 일정을 정할 수 없었다. 결국 하루면 끝날 작업이 나흘이 지난 25일에야 완료됐다. 3억원의 행사 예산에 포함된 철거비용은 턱없이 부족했다.

12개국에서 출품된 작품 중 특히 티안예의 ‘빨간 피아노’는 계속 내리는 비로 철거가 가장 까다로웠던 작품이다. 무게 2t의 ‘빨간 피아노’(255×300×377㎝)는 20여개의 부분으로 구성된 특수강철조각들을 용접해 제작한 설치물이다. 철거를 위해 그라인더로 피아노 다리와 몸체 등 용접부위를 절단하고 크레인으로 들어올린 후 지게차로 운반하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국내작가 김민찬, 김수진, 유은석의 공동작품 ‘Another Silkroad’는 다섯 마리의 흰색 낙타로 이뤄진 철구조물. 키 240㎝의 낙타 다리를 모래 속에 설치한 강판에 붙여 용접했기 때문에 그라인더로 낙타다리를 떼어내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상을 받은 베라 마테오의 작품은 해수면에 설치돼 있어서 철거스태프를 애먹였다. 둥근 공이 연결된 그물을 철근에 고정시키기 위해 다이버들이 바닷속 모래바닥에 철근을 고정해둔 작품인데, 철거일인 24일 스태프들이 물속에 들어가 철거해야 했다. 문제는 작품 무게였다. 평소에 가벼웠던 폴리스틸렌 소재의 그물(40×40m)이 빗물을 흡수해 성인남자 4명의 힘을 합해도 끌어내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고무보트로 이동한 철거 스태프들이 물속으로 들어가 작업했다.

출품된 설치물의 대부분은 중장비가 동원되어 철거됐다. 특히 모래 해변은 바퀴 달린 장비의 이동이 쉽지 않아 공사장의 궤도형 장비로 작업했다. 게다가 전시장인 거북섬과 송도 해안을 연결하는 구름다리가 35t 이하의 하중만 견딜 수 있는 구조물이었다. 크레인 중량만 25t에 달해 분해된 설치물을 실은 크레인이 24일 하루 동안 수십차례 다리를 건너야 했다. 야외 설치작품의 특성상 철거작업 자체도 하나의 퍼포먼스였던 셈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