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식민주의 상상의 역사학으로’ 윤해동 교수

2014.06.13 21:08 입력 2014.06.13 21:33 수정

“내재적 발전론자에게 뉴라이트 역사학은 적… 이래선 역사는 도덕이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인류 문명과 부조리에 대한 철저한 비판자, 대독 레지스탕스 활동에 참가했던 저항 작가.’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를 우리는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러나 카뮈가 1954년부터 1962년 사이의 알제리 독립전쟁을 비판하고 알제리의 정치적 독립에 반대했다는 사실은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 카뮈의 주장을 조선에 대입하면 어떨까. 패전 이후 맥아더사령부의 일본 점령과 지배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저항하지만 조선의 식민지 독립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고 나아가 반대 입장을 취하는 일본인 지식인을 떠올리면 된다.

윤해동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54·사진)는 신간 <탈식민주의 상상의 역사학으로>(푸른역사)에서 식민주의가 내면화되어 우리의 일상 속에 깊숙하게 뿌리 내리고 있는 사례로 카뮈를 들면서 “한국인들의 카뮈에 대한 맹목성이 단순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한국인들의 유럽 중심주의적 태도 때문일 수 있다”며 “카뮈의 식민주의에 대해 맹목적인 한국 학계의 내면화된 식민주의도 청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김정근 기자

사진 | 김정근 기자

윤 교수는 1950년대 이후 한국 역사학계의 주류 흐름인 내재적 발전론을 줄곧 비판해왔고, 또 그 비판에 대해 역으로 비판받아왔다. 그는 이번 책을 “그간의 비판에 대한 반비판 형식”이라고 규정했다. 윤 교수는 현재를 ‘에피고넨(epigonen)의 시대’로 규정했다. 에피고넨은 ‘아류’라는 뜻이다. 그는 “구시대적인 발상을 아직도 묵수하려 하는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아류’이고,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아류”라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전체 3장 중 2장에서 내재적 발전론, 민중사 연구, 뉴라이트 역사학이 유사한 인식론적 기반 위에 서 있다고 비판한다. ‘내재적 발전론’이 강한 민족주의와 강한 근대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민중사 연구’는 강한 민족주의와 약한 근대주의, 뉴라이트의 핵심인 ‘식민지 근대화론’은 약한 민족주의와 강한 근대주의라는 조금씩 다른 조합일 뿐 세 논의를 가로지르는 인식론적 기반은 민족주의와 근대주의라는 것이다.

그는 책에서 폐쇄적인 학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뉴라이트에 관한 논문을 투고했을 때 등재지 심사에서 탈락했던 경험을 얘기하며 “이 논문을 읽고 난 느낌은… ‘역겹다’는 것이었다”라고 말한 심사평을 거론했다. “한국 학계의 현실이 이렇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 내재적 발전론자들 입장에서는 뉴라이트를 일종의 절멸의 대상, 없애야 할 적처럼 생각하는 것인데 정치와 학문은 다르다. 이런 식으로 하면 역사는 도덕이 된다.”

윤 교수는 ‘탈식민주의 상상과 실천’을 강조한다. “모든 근대는 식민지 근대다. 서구 근대의 이면은 식민지이므로 식민지와 근대를 같이 봐야 근대를 볼 수 있다. 식민지에서부터 벗어났다고 해서 탈식민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근대적 제반 양상에 대한 근본적 비판이 필요한 시점이다. ”

식민지 피지배를 경험한 사회이지만 식민주의에 대한 자기성찰이 없는 사회. 윤 교수는 “이런 역설이 관철되는 시대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식민주의의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와 민족에 대한 대중들의 태도나 자세가 바뀌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어린이, 청소년 역사 교육에 관심이 많다.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는 지난 2월 민족과 국가를 넘어서는 ‘트랜스내셔널’ 관점을 제시하는 어린이·청소년 역사책을 ‘국경을 넘는 어린이·청소년 역사책’으로 선정했다. 그는 “역사에 관한 새로운 해석을 새로운 방식으로 대중화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 책에서 비판에 중점을 두느라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앞으로의 계획은 동아시아사 교과서 연구다. 그는 “이론적 지향을 반영한 역사 기술을 실물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싶다”며 “동아시아사 입문서를 쓰고 싶고, 그에 앞서 이론적 추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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