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노예냐 자유냐 |N 베르다이에프

2017.04.25 22:46 입력 2017.04.25 23:25 수정
이정배 | 전 감신대 교수

인간의 노예성과 자유혼

[이정배의 내 인생의 책] ③노예냐 자유냐 |N 베르다이에프

<노예냐 자유냐>를 비롯하여 <인간의 운명> <러시아 지성사> 등이 한국에 소개된 N 베르다이에프의 저서들이다. 아직까지 독자층이 넓게 확보된 것 같지 않으나 그의 책들은 이미 1980년대에 번역되었다. 자본주의와 마르크스주의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20세기 초엽 소련에서 활동한 그는 양대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며 고독한 예언자의 길을 걸었다. 이들 모두가 인류의 미래에 희망이 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조국에서 추방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베르다이에프는 인간의 정신성, 즉 ‘최소한의 물질로 사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간의 존재의미가 물질에 있지 않고 창조적 삶에 있음을 가르친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국가, 종교, 자본, 심지어 예술에 이르기까지 그 속에 잠재된 노예성을 철저하게 해부했다. 인격주의 철학에 근거하여 상전과 노예 그리고 자유인을 대별한 것이다. 상전(주인)과 노예가 반(反)정립적 관계 속의 존재양태라면 자유인은 자신만의 독립된 실존을 뜻한다. 물질이 인간을 소외시킬수록 세상에는 상전인 척하는 자들이 많아지고 노예성에 길들여진 사람들 역시 그에 비례하는 법이다. 정치, 종교, 예술과 같은 정신 영역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들 모두가 더불어 세상에 온통 상전과 노예, 즉 부자유한 자들만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정국에서 자주 언급되는 적폐란 상전과 노예를 확대 재생산시킨 모든 구조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에게 단순하게 창조적으로 살면서 세상과 맞설 것을 거듭 명(命)한다.

“인간의 노예상은 인간 타락과 죄를 말해주는 것으로 이 타락은 특이한 의식구조를 갖고 있어서 단순히 회개하고 속죄하는 것만으로 극복될 수 없고 인간의 모든 창조적 활동에 의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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