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노름마치-진옥섭의 예인명인

2020.04.06 23:10 입력 2020.04.07 10:17 수정
정희섭 |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

100권 산 책

[정희섭의 내 인생의 책]②노름마치-진옥섭의 예인명인

한 권의 책을 백 번 읽은 사람도 흔치 않을 텐데, 같은 책을 백 권 산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나는 그중 한 명이다. 그러니 이 책은 분명히 내 인생의 책이다. 몇 장을 넘기자마자 바로 꽂혀서 아는 이들에게 돌렸다. 온라인 서점의 장점이다.

<노름마치>는 “이 책은 보도자료입니다”라는 프롤로그로 시작된다. 그의 말마따나 기획이 하는 일은 ‘손님 넣는 일’이다. 홍보가 중요하니 그 시절엔 ‘벽 보고 벽보 붙이는’ ‘풀팅’ ‘스카팅’하다 단속에 걸려 경찰서와 즉결재판소 신세를 지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신문은 ‘죽도록 매달려야 하는 구원해 줄 하늘이기에’ “보도자료는 바로 그런 기도문이었다”.

한편 이 책은 ‘어렵게 출연한 분들의 이름이 (홍보물의 운명이 그러하듯이) 짓밟힐 때마다 기둥에 머리를 쾅쾅 박으면서 발버둥치며 깨끗한 책을 지어 바치겠다고 맹세한’ 결과물이다.

“표 아니면 피를 팔아야 하는 게 공연”인데, 그분들 몸값을 한 푼이라도 높여드리기 위해, “보시오! 우리 예술사가 결코 이분을 비켜갈 수 없습니다”라고 ‘목젖이 쏟아지게’ 외친 기록이다.

이 책 <노름마치>에 나오는 열여덟 분의 성함이라도 부르려 했으나 지면이 부족하다. 책을 사서 읽으시라. ‘말할 수 없는 그분들의 경지를 드러내는 한마디 한마디가 그대로 뼛속에 스민’ 저자가 들려주는 예술의 전모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추신 : 이 책 에필로그도 꼭 읽으시라. 거기에 등장하는 이름들은 ‘여기 적힌 먹빛이 희미해지더라도’ “이 땅이 괄목해야 할 ‘보이지 않는 손’들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이 책에 소개된 분들처럼 숨어 지내던 많은 이들이 재조명되고, 우리 재단의 고객인 예술인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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