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내셔널리즘 -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2020.06.23 20:41 입력 2020.06.23 20:51 수정
최은주 | 대구미술관 관장

행운

[최은주의 내 인생의 책]③내셔널리즘 -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식민지 조선에 대한 애틋함과 희망을 드러낸 시 ‘동방의 등불’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인도의 시성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계기는 2005~2010년 사이에 ‘아시아 큐비즘’전과 ‘아시아 리얼리즘’전이라는 일련의 주제전을 기획하면서다. 한국의 근대미술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위해 설립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일하면서 아시아 여러 나라의 근대기 미술의 역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근대미술과 긴밀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근대미술은 살피고 공부할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의 근대미술에 관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다. 거의 무지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러던 차에 타고르의 <내셔널리즘>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그것도 출판사 글누림에서 손석주가 번역한 책을 구할 수 있어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타고르가 이 책을 발간한 때는 1917년이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던 시기다. 타고르는 이 책을 통해 내셔널리즘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비판했다. 그리고 일본의 군국주의, 제국주의화를 예견했다. 일본이 내셔널리즘을 기반으로 한 군국주의로 무장하고 제국주의로 나아가면서 아시아 여러 나라들을 침략하고 또 고통을 주게 될 것임을 내다본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아시아 여러 나라의 식민 경험 상황, 일본 대동아 경영의 허구성을 깨달았다. 한국의 근대를 큰 틀에서 바라볼 수 있는 눈도 갖출 수 있었다. 타고르는 말년에 자신의 영지인 산티니케탄에 미술학교를 세웠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세계주의적 의식을 후대에 남겨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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