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생각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보자면

2024.05.02 20:06 입력 2024.05.02 20:08 수정

[그림책]그러니까, 생각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보자면

생각에 생각을
정진호 글, 그림
위즈덤하우스 | 68쪽 | 1만7000원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할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밤을 꼬박 새우게 만드는 생각. 찰나에 스쳐 지나가 나중엔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조차 기억이 안 나는 생각. 우주만큼 무한히 확장되었다가도 어느 순간 돌아보면 다 먹은 우유팩처럼 납작해져 있는 생각.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끝없는 생각의 반복 속에 살아간다.

[그림책]그러니까, 생각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보자면

정진호 작가는 그림책 <생각에 생각을>에서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 본다. 작가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사유의 방’에서 책의 영감을 얻었다. 사유의 방에는 조금 기울어진 머리, 한쪽 뺨에 갖다 댄 손가락,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에 얹은 반가사유상이 있다. 작가는 반가사유상을 감상하다 문득 ‘사유상은 무엇을 사유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렸다.

반가사유상이 사유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스로의 생각을 돌아볼 순 있다. 작가는 검은색과 붉은색, 단 두 가지 색의 먹과 간결한 획을 이용해 하루의 생각을 그려낸다.

오전에는 ‘점심 뭐 먹지’, 혼밥을 할 때 ‘뭘 볼까’, 냉장고에서 우유를 발견하고 ‘유통 기한 지났는데 괜찮을까’, 로그인을 하려다 ‘비밀번호 뭐였지’, 머리를 감으며 ‘오늘 뭐 입지’, 깜박이는 횡단보도 앞에서 ‘뛸까 말까’……. ‘이런 것도 생각이라고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일상적인 생각 속에 가끔은 쉽게 답하기 어려운 생각이 끼어든다. ‘나는 행복한가?’ 같은 생각.

[그림책]그러니까, 생각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보자면

의외의 속도감이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짧은 문장을 페이지에 따라 절묘하게 나눠 어떤 장면은 느리게, 어떤 장면은 빠르게 읽힌다. 단순한 그림처럼 보이지만 내용에 따라 눈의 크기가 미세하게 달라지는 것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부분부터는 책의 종이 두께가 얇아진다. 얇은 종이에 뒷장의 그림이 비치는 것으로 쌓이고 쌓이는 생각을 표현했다.

이 책은 지난해 작가가 독립 출판했던 ‘사유의 사유’를 새로운 판본으로 출간한 것이다. 당시 너무 얇은 종이를 쓰는 바람에 뒷장의 그림이 비쳤던 경험을 새 판본에서 의도적으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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