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우울한 미래

2011.11.03 20:05
강수진 기자

아이돌 그룹이 넘쳐나는 가요계에서 소위 ‘원조 아이돌’ 멤버들의 잇따른 사건·사고 소식이 팬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1990년대 최고 인기를 누린 ‘젝스키스’의 이재진과 강성훈이 그들이다. 3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재진을 음주 교통사고를 낸 혐의로 입건했다. 그는 지난 2009년 군 복무 중 군무이탈로 군사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젝스키스’의 또 다른 멤버 강성훈 역시 올해 사기 혐의로 두 차례에 걸쳐 고소를 당했다. 강성훈은 지난 5월 경기도 팔당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에게 본인 소유가 아닌 외제차를 담보로 1억원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은 혐의를 받아 경찰 조사를 받았다. 또 연예사업 투자를 미끼로 1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이 접수되기도 했다. 그룹 ‘NRG’ 출신의 이성진 역시 사기 및 도박혐의로 실형이 선고돼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90년대 이후 10여년간 우리 가요계는 수많은 아이돌 그룹을 양산해왔다. 아이돌 그룹은 특성상 기획사에 의해 철저히 만들어지고 관리된다. 대형 기획사의 마케팅으로 다른 가수들에 비해 손쉽게 인기도 얻는다. 이들은 수많은 팬클럽 회원들을 몰고 다니고, 어디를 가든 환호와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이돌 그룹은 쉽게 생산되고 소비된 뒤 인기가 지속되지 못한 채 가요계 뒤편으로 사라진다. 멤버들이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이상 아이돌 그룹으로서의 생명력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가요계 일각에서는 아이돌 그룹의 기대 여명을 10년으로 잡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 짧은 아이돌 그룹이 숱하게 많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각자의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진 뒤 멤버들의 삶은 그리 순탄치가 못하다. 아예 다른 길을 택해 가요계를 떠나기도 한다. 때로는 솔로로 독립하거나, 연기자나 MC로 변신하여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는 멤버들도 있지만 대부분 연예계 변두리를 맴돈다.

그러나 그들에게 남아있는 건 유명 그룹의 전 멤버라는 타이틀뿐이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온 가수들과 달리 음악적으로 쌓여있는 자산도 없다. 그들이 부른 히트곡들은 존재감이 사라진 지 오래다. 바꾸어 말하면 최근 잇따르는 아이돌 그룹 전 멤버들의 일탈은 지난 10여년간 댄스음악 중심으로 흘러온 가요계가 만들어낸 ‘그늘’이다. 앞으로도 이 같은 ‘그늘’이 더욱 짙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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